MB “Can I drive?” 카트 직접 운전 … 부시 엄지 세우며 “파인 드라이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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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스러움을 느꼈다. 보통 동양사람들이 접대를 잘한다고 하지만 부시 대통령 내외가 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나도 ‘외국 국가원수가 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예정 없던 부시 대통령의 캠프 안내=19일 이 대통령 부부가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자 부시 대통령 부부는 헬기장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러곤 파격이 시작됐다. 부시 대통령이 운전하기로 예정돼 있던 ‘골프 카트 원(one)’을 이 대통령이 운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운전하겠느냐(You want to drive?)”며 운전석을 양보하자 이 대통령은 “내가 운전해도 되겠느냐. 하겠다(Yeah, Can I drive? I drive)”고 말한 뒤 운전석에 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그(이 대통령)는 내가 운전하는 걸 무서워한다(He is afraid of my drive)”라고 농담을 했고, 이 대통령도 “그(부시 대통령)가 손님(He is a guest)”이라고 받아넘겼다.

서먹함을 깨려는 듯 부시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파인 드라이버(fine driver, 훌륭한 운전자)”라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운전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 운전하겠다고 했다”고 특파원들에게 말했다.

당초 계획은 이 대통령 부부가 숙소에 머물며 휴식을 취한 뒤 부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만찬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캠프 곳곳을 한 시간 반 동안 둘러봤다.

◇화기애애했던 정상 만찬=캠프 내의 ‘로렐 캐빈’에서 열린 19일 만찬의 메뉴는 쇠고기(텍사스산 블랙 앵거스 비프)와 생선이었다. 만찬 분위기는 “마치 가족 모임 같았다”(이 대통령)고 한다. 부시가(家)의 가족사, 미국 대선, 에너지·고령화 문제 등이 대화의 주제였다.

만찬에 앞서 칵테일을 함께 마시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한국 대통령 선거일이 이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1시간30분간의 만찬 뒤 부시 대통령 부부는 이 대통령의 숙소가 마련된 ‘버치 캐빈’까지 걸어서 배웅했다. 이 대통령의 숙소는 부시 대통령의 숙소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 평소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캠프 데이비드를 찾을 때 이용하는 곳이다.

◇조찬 메뉴는 아메리칸 스타일=정상회담 전 이 대통령을 위한 아침 메뉴는 과일과 빵·머핀·시리얼·계란 등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전날 잘 잤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12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5시에 일어났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놀라며 “나는 7시간은 자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정상회담 뒤의 오찬은 뷔페식이었다.

프라이드 치킨과 감자 샐러드, 옥수수 머핀, 계란요리인 ‘데빌드 에그(삶은 계란 노른자에 크림 등을 얹은 요리)’, 코코아 케이크 등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메뉴는 로라 여사가 모두 골랐다고 한다. 퍼스트레이디가 메뉴를 스스로 정하고, 테이블보 까는 것까지 관여하는 걸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추후 밝혔다.

캠프를 떠나기 전 이 대통령이 “너무 친절하게 잘해 줘 고맙다”고 인사하자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생각한다. 그런 친구에게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환송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캠프 데이비드=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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