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깊은 산 꿈을 일군‘사이버 농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사이버 농장 운영으로 농촌의 미래를 개척 중인 20대 농군 이상남씨가 자신이 재배한 배를 들어보이고 있다.

“농민은 자연이라는 도화지에 생명과 기를 불어넣는 예술가입니다.”

7년째 농사를 짓는 20대 농군 이상남(29)씨의 자부심이다. 그는 사이버 농장을 운영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농촌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김천시 대항면 창천리 ‘OK농원’의 주인인 그가 농사에 뛰어 든 것은 아버지를 잃은 이후인 2002년. 2남1녀의 막내지만 공무원인 형 대신 배 과수원 3만3000여㎡를 물려받았다. 다니던 대학도 2학년 때 중퇴했다.

초창기엔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동네 어른과 어머니(56)에게서 재배법을 배우고 수없이 많은 교육에 참가하면서 점차 농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농사일이 어느 정도 손에 잡히자 2004년 인터넷 홈페이지(www.okfarm.co.kr)를 열어 수확한 배를 팔았다. 컴퓨터를 이용해 도시민과의 직거래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과일의 온라인 판매가 생소했다.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하나 둘 해결했고 지난해는 ‘사이버 농장’을 만들었다. 농장이 경치가 좋은 백두대간 황악산 해발 300m에 위치해 도시민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배나무를 도시민에게 분양해 영농 체험을 하게 하고 수확한 배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올해는 12년생 1그루를 10만원에 분양한다. 분양자에게는 분양금만큼의 수확량(35㎏)을 보장해준다. 그러나 많은 분양자가 이 이상의 배를 수확해가고 있다.

분양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이름표가 붙은 배나무를 재배할 수 있다. 가지치기에서부터 열매 솎기· 봉지 씌우기·수확 등. 지난해는 대구·대전 등지의 도시민 37가족이 이씨의 농원에서 영농을 즐겼다.

그는 봄에 꽃이 피면 배꽃 축제를, 여릉에는 계곡에서 바비큐 파티를, 가을엔 수확체험 행사를 연다. 바쁜 분양자를 위해 농작업 과정을 찍은 사진 등을 홈페이지에 올려 볼 수 있게 서비스한다.

배 재배법도 남다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친환경 재배에 힘을 쏟고 있다. 토착미생물·친환경 영양제·계란껍질과 골분을 거름처럼 사용한다. 올해는 사이버 농장을 확충해 옥수수·고구마도 재배한다.

이씨는 지난해 온라인 직거래와 사이버 농장 운영으로 4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6000만원 이상을 기대한다. 아직 전체 매출 1억3000여만원의 절반 수준이 안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그는 “농장을 다녀 간 분양자가 입소문을 내면서 사이버 농장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