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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박물관’ 뉴질랜드 남동해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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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14면

1 쥐라기 시대 화석림이 있는 큐리오 베이. 노란눈펭귄, 헥터 돌고래 같은 희귀 동물도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여러 개의 섬으로 된 나라다. 크게는 남섬과 북섬으로 나뉜다. 한국 단체 관광객들은 그중 북섬, 특히 북부의 오클랜드→와이토모→타우포→로터루아→오클랜드 코스를 돈다. 인천에서 뜨는 직항편이 있는 데다 도시·자연의 ‘핵심’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떼 목장도 있고.

그래서 반대로 떠났다. 남섬 남부로. 동쪽 더니든과 서쪽 밀퍼드사운드를 U자형으로 연결하는 남부경관도로(Southern Scenic Route)를 반으로 잘라 더니든에서 최남단 도시 인버카길까지 차로 달렸다. 뉴질랜드 최대의 도시(오클랜드)를 못 본 대신 ‘살아 있는 박물관’ 오타고 반도와 캐틀린스를 훑었다. 양떼 대신 노란눈펭귄과 바다사자가 내내 함께했다.

에코 투어리즘의 교과서, 오타고 반도
오타고 반도는 더니든에서 태평양 쪽으로 길게 뻗은 땅이다. 그 끝에 남섬에서 가장 큰 노란눈펭귄 보호구역인 펭귄 플레이스(www.penguinplace.co.nz, +64-3-478-0286)가 있다. 노란눈펭귄은 이름 그대로 눈 동공과 주위 털이 노란 펭귄이다.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며 개체 수가 5000~6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 마오리족은 노란눈펭귄의 울음소리가 귀를 찢듯 크다고 해 호이호(Hoiho·큰 소리 내는 새)라고 부른다.

펭귄 플레이스에는 총 22마리의 노란눈펭귄이 있다. 1985년 처음 문 열 때 8마리뿐이던 것이 20여 년 새 거의 세 배로 불어났다. 보호구역 곳곳에 그 ‘연애사’와 ‘족보’가 비치돼 있다. 어떤 펭귄이 어떤 펭귄과 사귀다 헤어졌는지, 또 누구와 결혼했다 갈라서고 누구와 재결합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모두가 보호·번식 담당 연구원들이 기록한 ‘사실’이다.

2 오타고 반도의 노란눈펭귄 3 3층으로 된 푸라카우누이 폭포 4 캐틀린스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인 너깃포인트 등대 5 1906년 지어진 플란더스 르네상스 양식의 더니든 기차역 6 호수처럼 잔잔한 오타고 만을 떠 가는 요트 7 앵무새 카카 8 토종 도마뱀 투아타라

관광객은 위장막으로 덮인 참호 속에 숨어 펭귄을 구경한다. 철저히 보호가 우선, 관광은 그 다음이다. 사진은 찍을 수 있지만 플래시 사용은 금지돼 있다. 행여 펭귄을 놀랠까 모두가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는다. ‘에코 투어리즘(Eco-tourism)의 교과서’. 1시간여를 돌아본 느낌은 딱 그랬다.

반면 같은 생태관광이지만 인근의 모나크 크루즈(www.wildlife.co.nz, +64-3-477-4276)는 훨씬 액티브하다. 육로로 접근하기 힘든 해안 절벽, 암초 위의 야생동물들을 배를 타고 둘러본다. ‘물 찬 제비’처럼 고기를 낚아채는 덩치 큰 바다사자, 호쾌하게 창공을 가르는 ‘지상에서 가장 큰 새’ 앨버트로스 등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갯바위를 새하얗게 뒤덮은 유럽쇠가마우지(shag) 정도는 너무 흔해 별다른 감흥이 없을 정도.

Tip 오타고 반도는 대중교통으로 둘러보기 힘들다. 더니든의 관광안내소에서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자. 좀 더 우아한 여행을 원한다면 클래식 재규어 리무진(www.classicjaguar.co.nz, +64-0800-346-370)도 이용해 볼 만하다. 품격 넘치는 70년대식 올드 모델 재규어를 타고 오타고 반도 구석구석을 누빈다.

구석구석 보석을 품은 해안, 캐틀린스
더니든에서 차로 1시간을 달리면 카카포인트가 나온다. 이곳부터 소위 캐틀린스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반대편 끝은 인버카길 목전의 포트로스. 행정구역상 오타고와 사우스랜드, 두 개 주(Region)에 걸쳐 있다. 뉴질랜드 사람은 캐틀린스를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국립공원 못잖게 아름다운 땅”이라고 부른다. 몇 시간을 달려도 엇비슷한 풍광의 여느 해안가와 달리 변화무쌍한 자연을 두루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포인트 인근의 너깃포인트는 등대로 유명한 곳이다. 짙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검은 바위섬(Nuggets), 그 위로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가파른 절벽 위에서 그 모두를 지그시 굽어보는 등대. 등대 앞 벤치에 앉으면 일순 가슴이 먹먹해진다. 혹 ‘세상의 끝’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은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은 너깃포인트 등대와 와이파파 등대를 묶어 ‘캐틀린스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이정표’라고 부른다.

폭포도 많다. 내륙에서 해안으로 오면서 급격하게 낮아지는 지형 때문이다. 푸라카우누이는 세 겹으로 된 폭포. 울창한 우림 속을 달려온 물이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반면 맥리언 폭포는 높이가 20여m에 달한다. 이 때문에 폭포수가 베일처럼 흩날리는 게 특징이다.

큐리오 베이에선 갯바위 속에서 들어앉은 거대한 나무 화석을 만날 수 있다. 1억6000만 년 전의 카우리 나무, 노폭 소나무가 모래땅에 묻히며 굳어진 것이다. 집채만 한 파도가 포효하는 원시의 바다에서 만나는 ‘쥐라기 공원’의 흔적. 큐리오 베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시간여행이다.

Tip 캐틀린스 지역은 SUV나 캠핑카로 돌아보는 게 일반적이다. 렌트를 해도 좋지만 좀 더 편하게 돌아보려면 가이드가 딸린 맞춤여행(custom tour)이 제격이다. www.journeynz.co.nz, +643-217-2500.

여행의 끝 혹은 시작, 인버카길
인버카길은 오타고 반도~캐틀린스 여행의 종착점이다. 남섬에서도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뉴질랜드 최남단 도시. 도심 공원에 있는 사우스랜드 박물관에 가면 인버카길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층에는 투아타라(Tuatara) 전시관도 있다. 평균 150년 이상 산다는 뉴질랜드 토종 도마뱀이다. 뉴질랜드 사람은 투아타라야말로 공룡의 ‘적손’이라고 말한다. 물론 관광객 입장에선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행은 언제나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 인버카길에서 서쪽으로 계속 길을 달리면 밀퍼드사운드, 경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면 ‘새의 천국’ 스튜어트 섬이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항구 블러프도 이맘때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뉴질랜드 최고의 굴 산지로 5월 24일부터 축제(www.bluffoysterfest.co.nz)가 열린다. 어디로 갈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Tip 한국에서 더니든·인버카길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뉴질랜드에 도착해 국내선을 갈아타야 한다. 에어 뉴질랜드(www.airnewzealand.co.kr)를 이용하면 국제선과 국내선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다.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이므로 마일리지는 아시아나 항공으로도 쌓을 수 있다. 인버카길에서 스튜어트 섬으로 가는 페리·경비행기는 각각 www.stewartislandexperience.co.nz, www.stewartislandflights.co.nz에서 예약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 음식은 양갈비와 피시 & 칩스, 녹색 홍합, 블러프 굴 등이다. 더니든에 본사가 있는 ‘남섬 대표 맥주’ 스파이츠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즐길 수 있다. 뉴질랜드식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화이트 플랫’을 주문해 보자. 카푸치노에 비해 흰색(white) 거품이 더 얇게(flat) 덮이는 게 특징이라 붙은 이름이다.
기타 뉴질랜드 여행정보는 뉴질랜드 관광청 홈페이지(www.newzealand.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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