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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제2부 불타는 땅 운명의 발소리(26) 당시 B29는 초중폭격기의 하나였다.이 B29를 중심으로한 일본 전토에 대한 폭격은 기총소사와 소이탄 그리고 폭탄의 투하로 이어졌다.이 폭격은한순간 일본인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규슈지역에 최초로 경계경보가 발령된 것은 1937년이었다.운명의 발소리는 누구도 모르게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1937년 그때,훗날 일본이 1억 총옥쇄의 단말마를 부르짖으며 죽음으로 본토를 지키자는 민족의 궤멸을 눈앞에 두게 될 것을 예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운명의 씨앗은 그렇게 뿌려지고 있었다.
나라의 부름이라는 미명 아래 청년들은 천황의 군대로서 목숨을바치기 위해 전선으로 떠났다.그리고 하나씩 죽어갔다.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조선에서는 그해 모든 조선인이 일본어를 좀 더 철저히 사용하도록 하라는 통첩이 각 도에 내려지고 「신사참배」가 강요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전남에서는 4개 학교가폐교되었다.광주의 승일,수피아 그리고 목포의 정명,영흥학교가 그것이었다.민족의 정기는 그러나 얼음밑을 흐르는 물처럼 그치지않았다.9월에는 전주의 신흥학교.기전학교,순천의 매산 학교 그리고 담양에서 광덕학교가 폐교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끝끝내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부녀자들의 금비녀를 헌납하도록 강요하면서,금 생산을 독려하는5개년 계획안이 수립되었고,이미 철강기근 대책이 입안되던 때였다.압록강에서는 수풍발전소 공사가 착공되었다.
총독부는 군수동원법의 실시를 결정하기에 이른다.미나미 총독 밑의 총독부에서 「황국신민의 선서」를 제정하여 전국적으로 실시하게 한 것도 이때였다.일왕 히로히토의 사진을 전국의 각급 학교에 배부하여 숭배하게 하는 하편 전문학교와 대학 의 학생들에게는 단발령이 실시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서울에서 지하방공 피난소,방호수용소,저수장을비롯한 방공 방독시설에 착수하게 된다.그해가 조선의 1937년이었다. 지상은 밤하늘을 향하여 길게 한숨을 쉬었다.이러다가 정말로 일본은 절멸을 할지도 모른다.공습! 그 엄청남은 나도 안다.송진가루까지 거둬가고 길거리에 서 있는 동상조차 들어다가쇠로 만들어서 무기 만들어야 하는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물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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