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15.脫냉전시대의 통일정책과 전략-기조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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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반도는 탈냉전 시대에 유일한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아있다.북한도 이제 개방을 하지 않으면 체제가 붕괴될 경제위기에 처해있다.이때 우리는 종래의 대결주의에서 벗어나 북한이 접근할 수 있도록 좀더 너그러운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폭넓게제기되고 있다.
분단 50주년을 맞아 보다 효과적인 통일정책을 전문가 기고와세미나를 통해 알아보았다.
[편집자註] ▲姜慶植(민자당의원) ▲具本泰(통일원 통일정책실장) ▲吉炡宇(中央日報전문위원) ▲金學俊(단국대 이사장) ▲盧載源(前 駐中대사) ▲李基鐸(연세대 사회과학연구원장) (가나다順) 中央日報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지난 12일 「탈 냉전구도하의 남북 통일문제의 접근」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통일정책을 모색했다.세미나는 이기탁(李基鐸)연세대 사회과학연구원장의 사회로 권만학 (權萬學.경희대 국제관계학과)교수 의 발제와 김학준(金學俊)단국대 이사장,구본태(具本泰) 통일원 통일정책실장 ,노재원(盧載源) 前 주중대사,길정우(吉炡宇)中央日報 전문위원,강경식(姜慶植)민자당의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정권유지를 위해 개방.개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對北)정책은 냉전시대의 대결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막고있다.
북한에 비해 절대적 우위에 선 남한은 화해와 타협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식량.에너지.외화부족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정권의 유일한 선택은 중국모델,즉 개혁과 개방을 통한 절충적 사회주의다. 이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그러나 변화는 북한의 급박한 사정에 비해 느리다.개방 자체가 체제위협 요인이 되는데다 자칫하면남한에 흡수통일될지도 모른다는 부담 때문이다.
남한의 대북 인식과 정책은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가는 전환기의혼란과 일관성 부족을 보이고 있다.대북인식에서 대표적인 예는 「적화통일 위협」과「북한 붕괴론」의 공존이라는 모순이다.
정책에 있어 공식적으로는 흡수통일을 배제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흡수통일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대북정책도 냉전적 대결주의가 주조를 이뤄왔다.
북한 핵 문제와 경수로 문제 협상등에서도 강경입장을 보였다.
대북정책은 실효성보다 그것이 국내정치에 가져오는 효과에 의해자주 판단됐다.그러나 탈냉전기의 냉전정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대결정책이 전쟁을 피하고 북한을 붕괴시켜 통일을 앞당기는데 성공했을 경우에도 과도한 통일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의 방향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은 체제경쟁에서 남한에 완패했으며 적화통일의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좀 더 시혜적 입장에 서야한다.남한이 대결주의로 나가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멀리하고 제3국과의 합작등을 추구하거나 강 경파가 득세하도록 만들 것이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대결이 아닌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우리의 통일방안에서 흡수통일론으로 해석되는 부분을 삭제하고 국가보안법도 개폐해야 한다.정부로서는 밀사 또는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은 정책전환을 북한에 확인시켜 주 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강화다.정부는 先당국자 합의원칙을 완화하고 경제논리에 따른 개별기업들의 교류.협력을 장려해야 한다.
경협의 증진은 오히려 관계정리의 필요성을 불러 남북 당국자간대화와 협상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또한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개방.개혁과 자본주의화를 돕는 효과를 가져온다.
정전체제도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현재는 남한의 남북 직접협상론과 북한의 북미 평화협정론이 대립하고 있다.그러나 누가 당사자냐가 아니라 남북한 양측의 안보가 얼마나 보장되는가에 중점을 두면 선택의 폭은 늘어난다.군비축소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남한 주장대로 신뢰구축이 군비축소에 선행되면 좋지만 이것이 절대적 법칙은 아니다.중요한 것은 검증수단의 확보이며 이점이 견실하게 보장되면 군사문제는 일괄타결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같은 정책 전환은 무엇보다 최고지도자의 통찰력과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이것이 없으면 남북 양측 모두 舊사고,기득권층의 몰이해와 저항에 의해 좌초할 수 있다.
〈경희대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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