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위크앤, 지능검사를 검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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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릴 듯 말 듯 종이에 쓰기 보단 머릿속에서 푸는 게 IQ 문제다.

- 다음 중 관계 없는 단어는?

① 망치 ② 못 ③ 송곳 ④ 바늘 ⑤ 압정

- 두자리 자연수가 있다. 각 자릿수를 더하면 8이 되고, 앞 뒤를 바꾼 수는 처음 보다 18이 크다. 이 자연수는?

① 26 ② 35 ③ 44 ④ 53 ⑤ 17

<정답은 하단에>

요즘 중.고교에서 IQ 측정용으로 쓰는 문제의 전형이다. 이 같은 문제 150여개를 한시간 남짓 동안 풀게 해서 IQ를 매기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잰 IQ 수치는 두뇌의 능력을 제대로 나타낼까.

week&이 학교식 IQ 검사의 신뢰성을 시험해 봤다. 삼성물산 이재혁(34) 과장 등 20~30대 직장인.대학원생.대학생 20명에게 세가지 IQ 테스트를 보게 했다. 그 중 두가지는 위에 보기로 든 것 같은 학교식 지능검사였다. 이를 통해서는 언어.추리.수학 등 왼쪽 뇌와 관련한 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레이븐 테스트'였다. 그림 빈곳 채우기 문제가 바로 레이븐 테스트다. 한국 멘사도 레이븐 테스트를 통해 회원 자격 여부를 심사한다. 레이븐 테스트는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주로 우뇌가 연관돼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교식 테스트의 결과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나타낸다고 100% 신뢰하기 어려웠다. 첫번째 학교식 IQ 검사에서는 최하위권이었던 사람이 두번째에서 최상위권으로 뛰어오르기고 했고, 그 반대도 있었다. 또한 학교식 IQ검사의 성적이 최상위인 사람도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을 보는 레이븐 테스트에서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시험은 지능.심리 검사전문기관인 한국가이던스(www.guidance.co.kr)와 함께 했다.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레이븐 테스트를 하고 있다. 검사는 실제의 축소판으로 진행했기에 이로부터 직접 IQ를 산출하지는 않았다. 대신 시험 집단 안에서의 성적 순위 변화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같은 시험도 들쭉날쭉=두차례의 학교식 IQ 검사는 성적이 제각각이었다. 20명 중 두차례 시험의 성적 순위가 다섯 단계 이상 오르내린 사람이 절반 가까운 여덟명이었다. 10위 이상 변동도 두명 있었다.

회사원 C씨(31)는 언어지능 분야에서 처음에는 최하위권이었다가 두번째 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요령이 생겨 두번째 시험은 수월하게 치렀다"고 말했다.

1차에서는 수리.추리가 하위였다가 2차에서 최상위 성적을 보인 대학생 S씨(여.22)도 "두차례 문제를 풀며 경향에 익숙해졌다"며 "그 때문인지 두번째 검사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으나 내겐 오히려 더 쉬웠다"고 했다.

한국가이던스 김성주 박사는 "공부를 많이 하면 시험 성적이 오르는 것처럼, 학교식 지능 검사 역시 연습을 많이 하면 점수(IQ)가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뇌 계발 학습을 통해 IQ를 높인다는 일부 학원이 있는데,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 것인지 단지 IQ검사 문제를 잘 풀도록 훈련하는 것인지는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피로도도 IQ검사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잠을 설치면 시험을 잘 못 치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2차 성적이 뚝 떨어진 회사원 K씨(33)는 "회사일로 피곤해 1차 검사 중반부터 집중력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뇌와 좌뇌는 별개=학교식 지능검사(좌뇌)와 레이븐 테스트(우뇌) 결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양쪽의 순위(학교식은 1, 2차 순위의 평균)가 다섯 단계 이상 차이나는 사람이 20명의 70%인 14명이었다.

김성주 박사는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문제풀이.주입식 훈련을 받으면 좌뇌가 발달해 학교식 테스트에서는 뛰어난 IQ 점수가 나온다"며 "그러나 레이븐 테스트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이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주입식 교육 환경이 우뇌의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레이븐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을 보면, 어려서 만들기 등 창조적인 활동에 빠졌던 경우가 많다고 김박사는 설명했다. 회사원 J씨(22.여)가 그랬다. 그는 학교식 IQ검사에서는 중위권이었으나 레이븐 테스트는 최상위였다. J씨는 "어려서 레고 블록으로 이것저것 만들어서는 부모님께 자랑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일부 대기업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신입사원을 뽑으려고 레이븐 테스트를 선발 과정에 넣고 있다"면서 "교육도 좌뇌와 우뇌를 고루 발달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혁주.이경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 레이븐 테스트 정답과 힌트

1-G. 왼쪽과 오른쪽의 모양을 더하면 가운데 것.

2-A. 이번엔 왼쪽과 가운데를 더해 오른쪽.

3-C. 테두리 터진 부분의 방향 변화를 보세요.

4-H. 눈동자의 위치가 빙빙 돌아가네요.

5-B. 가운데 세 점에서 뻗어나온 선분이 시계바늘처럼….

6-B. 왼쪽 도형의 양 옆 선을 구부려 넣었다가 밖으로 펼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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