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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아스피린의 신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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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들잎을 씹으면 고통이 덜해진다는 것은 히포크라테스가 2천3백여년 전에 이미 간파했다고 한다.어떤 성분이 어떻게 고통을 덜어주는가는 이후 과학계의 과제였다.아스피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해열진통제다.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酸은 1853년 합성에 성공했고,그 상업적 생산과정은 1893년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호프만이 개발했다.처음에는 가루약으로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판매됐으나 1914년 제1차세계대전 바로 직전부터 알약 정제(錠劑)로 오늘에 이르렀다.
살리실酸(salicylic acid)은 원래 살릭스(Salix:버드나무계통)에서 추출된다.아스피린의 아이디어가 히포크라테스에게서 비롯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호프만은 류머티스형 관절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부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제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그 아버지를 치료한 동료 의학자 하인리히 드레제가 호프만의 부친에게 아스피린을 처음 투약한 1899년이 아스피린의 원년(元年)으로 불린다.
근년 들어 미국에서 타이레놀.애드빌등 非아스피린계 진통제들이쏟아지면서 바이엘은 아스피린 시장을 지키느라 두통을 앓고 있다. 바이엘은 1백년 성가(聲價)를 업고 아스피린이 심장마비.뇌졸중 예방에도 좋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판촉 캠페 인을 전개중이다. 인체 속에 염증.고열.통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란 물질이 있다.세포 속에서 형성돼 세포가 손상을 입을 때 방출된다.
체내에 방출되면 염증을 유발.촉진시키고,두뇌 센터에 작용해 고열을 일으키며,혈액을 엉겨붙게 해 고통과 마비를 유발한다.아스피린은 이 물질의 생성을 방해.억제한다고 한다.그러나 그 구체적 과정은 미궁 속이었다.
최근 시카고대학의 마이클 가라비토 박사팀은 체내의 원료물질들이 터널같은 통로를 통해 효소의 핵에 도달,프로스타글란딘을 형성하는 구조를 밝혀냈다.이 터널의 벽에 붙어 터널 통과를 차단하는 것이 아스피린의 역할이다.그 효소 또한 두 종류임이 드러났다.체내에 흔하고 위(胃)를 보호하는 PGHS-1,그리고 감염이나 세포 손상 때만 방출되는 PGHS-2가 그것이다.PGHS-2를 집중 공략하는 새 공식을 개발하면 아스피린의 복용에 따른 위장장애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 도 된다.1세기만에 벗겨지는 아스피린의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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