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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본지 특파원들이 본 해외여행 현지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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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해외를 다녀온 사람들은 파리건,제네바건,괌이건,캐나다건간에 골목골목에서 한국인과 부닥치곤 놀라고 만다.
「세계화」바람속에 급증하는 해외여행이 이번 여름 사상최대(7,8월 두달간 90만명)를 기록한 가운데 엇갈리는 명암을 현장점검해본다.
〈本紙 14일字 23面 참조〉 이에 따라 한국인을 위한 안내문 등 한국인에 대한 외국 관광지의 서비스가 나아지는등 국력신장을 실감케하는 측면이 있는 한편 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처신을 하거나 범죄피해를 당하는등 밝지못한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최근 「샹젤리제 거리에 돌아다니는 동양인중 절반은 한국인」이라는 농담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관광객들이 온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파리시내 중심 대부분의 면세점에는 한국어 안내판이 붙어있고 한국인 직원이 별도 고용돼 있으며 「프랭탕」「갈르리 라파이예트」등 유명 백화점도 한국인 영업담당자를 고정 배치했다.
30여개의 한국식당들은 소주 한병 1만5천원,김치찌개 1인분에 1만~2만원하는 비싼 값에도 한국인 단체손님이 줄을 서고 있으며 가라오케등 술집에서는 접대부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파리=高大勳특파원]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동상에는 동상을 껴안고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외국인 관광객들과 현지인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경우가 잦다.30~40명씩 버스편으로 도착한 이들은 수십명이 차례로 같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촬영을 해 조용히 동상을 구경하려는 외국인들의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다.
성지순례단이 많이 찾는 이집트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갑자기큰소리로 통곡에 가까운 기도를 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또 유럽의 음식점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왁자지껄 떠들어식사를 하는외국인들이 식사도중 자리를 뜨거나 소주.고추장.김치등을 꺼내놓고 식사를 해 주의를 받는 일도 잦다.
[코펜하겐=韓敬煥특파원]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엔 어김없이한글낙서 투성이어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성의 세계 최대 포도주통 보관창고 천장엔 「대한민국 만세」라고 쓴 대형낙서를 비롯한 40~50건의 한글낙서가 있으며 해발 3천가 넘는 스위스의 융프라우봉에도「남북통일」등의 낙서 수십건이 있다.
또 미주.유럽등 관광지의 일부 대학생 배낭여행객들은 무조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숙을 하거나 지나치게 남루한 차림으로 돌아다녀 나라체면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현지 가이드 李모(36)씨는 『여대생들이 호텔예약조차 안하고 배낭여행을 와 저녁무렵 잘곳을 못찾고 역앞을 서성거려 집에서 재워준 적이 많다』고 말했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한국인 대상의 소매치기등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난달 말 파리 몽마르트언덕에서 한국관광객 1명이 소매치기의 칼에 찔려 크게 다치기도 했으며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대사관에는 1주일 평균 10~20여건 의 여권도난 및 분실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한국 여권이 미국등지에 불법취업을 노리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미화 1천~5천달러로 밀매돼여권도난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관광안내원들은 여권.현금등 귀중품 보호를 위해현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가능한 한 자제할 것 을 당부하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구이린(桂林)등 중국내 유명 관광명소의 호텔.레스토랑.가라오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의 민요부터 최신유행가까지틀어주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악단을 동원해 즉석 연주를해주기도 하 며 심지어 백두산 주변 산골짜기에도 한국인을 겨냥한 안마시술소.가라오케등이 성업중이다.
[北京=文日鉉특파원] …해외여행 열풍 초기에 가장 인기높은 관광지였던 일본은 최근 엔高 한파로 한국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어 다른 지역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의 대표적 유흥가인 아카사카(赤坂)에 있는 2백여개의 한국술집을 찾는 한국인들중 여행객은 거의 사라졌고 주로 사업차 일본을 방문한 비즈니스맨들이다.
도쿄 3박4일간의 여행경비가 1인당 1백만원이 넘게 들어 일본여행을 포기하고 60만~70만원 정도에도 다녀올 수 있는 동남아 등지로 여행지를 바꾸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東京=金國振특파원] …지난해까지 전체 여행객의 20~30%에 불과하던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크게 증가해 올들어서는 여행사마다 60%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느는 양상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또 지금까지 관광사가 일방적으로 여행 일정과 코스를정하는 패키지 중심의 여행에서 특정단체 등에 의한 「주문형 여행」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어났다.
K여행사 李모씨는『여행형태도 다양해져 과거 휴양위주의 여행에서 문화유적지방문.견학.테마여행등「목적여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해외여행객들로 김포공항의 처리능력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출국수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항공기 출발이 늦어지거나 승객이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일 괌으로 휴가를 떠나려던 高모(33.회사원)씨는 넘치는 출국자들로 제때에 출국심사를 받지 못해 결국 비행기를 놓쳐 휴가를 망치고 말았다.
…해외여행 급증세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동남아를 찾는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아직도 전체 국민중 해외여행을 자주 나갈 수 있는 계층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는 이미 「한번쯤 다 다녀온」사람들이 유럽.대양주.캐나다등지로 여행지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동남아 지역 항공권은 예상과 달리 상대적으로 남아돌아이달에도 날짜에 따라선 항공권 구입이 가능할 정도다.
한편 한 외국항공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국민소득에 비해 유럽관광 진출이 빠르다며 놀라는 유럽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高惠蓮.尹碩浚.表載容기자〉 …한국인들의 홍콩내 쇼핑은 비교적 알뜰작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과거에는 닥치는 대로사들이는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했으나 최근에는 의류.보석류 구입 등을 자제하는 모습들이다.반면 개방화 물결을 타고 중국의경제특구 선천(深수) 市등이 새로운 여행코스로 개발되면서 문제점도 낳고 있다.지난 2월 가족들과 함께 홍콩을 찾았다가 선천까지 둘러보게 된 金모(36.회사원)씨는 『좋은데가 있으니 안내하겠다』는 조선족 가이드들의 끈질긴 유혹을 뿌리치느라 애를 먹었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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