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원규 대하소설"누가 이땅에 사람이 없다하랴"9권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1895년 을미의병부터 1945년 광복의 날까지 반세기에 걸친 항일투쟁사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대하소설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전9권.신구미디어)가 출간됐다.
『누가…』는 베트남전 참전 장거리 정찰대원의 전쟁 후유증을 그린 중편 『천사의 날개』로 주목받은 작가 이원규(李元揆.49)씨가 5년여 걸려 쓴 노작이다.
의병장 유인석.홍범도,임시정부 김구,독립군 지휘관 김좌진.이범석,조선혁명군 양세봉,의열단 김원봉,님 웨일스의 『아리랑』주인공 장지락,그리고 김일성.주은래등 실존 인물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형재.노광 가족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큰 서사구조의 이 소설을 문단은 우리 전쟁문학의 한 성과로 평가하고있다. 작가는 집필 동기를 『8.15광복이 승전 연합국의 전리품으로 치부됨으로써 퇴색돼버린 의병.독립군.의열단.조선혁명군.
조선의용대.광복군 등의 피어린 항쟁을 증언해 우리의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역사적 열패감을 불식하고,물질의 팽창과 외세문화의 유입으로 실종상태에 빠진 민족정기의 본류와 자긍을 회복하고싶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2백자 원고지 총 1만2천여장에 달하는 『누가…』를 쓰기 위해 작가는 다섯차례 서간도.북간도및 화중.화북지역,러시아 연해주등 독립투쟁의 현장을 답사했다.
특히 조선의용대가 항쟁한 화북지역 태항산과 공산당이 활동한 연안지역은 글쓰는 사람으로는 그가 처음 갔다고 했다.
소설은 항일무장운동의 전과정을 지역별,연대기적으로 망라하고 있다.▲1895년이후 15년간 지속된 의병투쟁 ▲3.1만세운동후 북간도와 연해주에서 전개된 독립군의 투쟁▲30년대 만주의 조선혁명군과 항일 빨치산의 투쟁 ▲화북지역 조선 의용대의 투쟁▲화중지역 광복군의 투쟁.영국군과 합작한 버마전선 참전,美전략첩보국과 합작한 독수리작전및 국내정진군의 활동▲광복군과 조선의용군이 합의했던 연합진공작전등이 그것이다.
李씨는 특히 그동안 냉전적 사고로 인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좌익 계통의 항일운동도 편견없이 기록에 근거해 소설 속에 포함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항일 빨치산 활동이 처음 시작된 북간도 약수동에서부터 러시아연해주 비야츠코의 88정찰여단 병영 막사까지 답사했다고 밝혔다.
李씨는 『한국인들의 독립전쟁은 피식민국가 어느 나라보다 더 장렬하게 전개됐으나 그 숭고한 정신이 후세에 참되게 계승되지 않은 듯했는데 그 뜻을 이제 소설로 펼치게 돼 나름의 자부심을느낀다』고 말했다.
제목을 『누가 이 땅에 사람이 없다 하랴』고 정한 이유도 바로 그같은 「의병」들의 장엄했던 투쟁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 정신이 통일에의 의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씨는 특전사 소속 정찰대원이라는 특이한 신분으로 베트남전에참전한 경험이 있고 『훈장과 굴레』『황해』등 2편의 장편 전쟁소설을 발표했다.
문학평론가 김치수(金治洙)씨는 『무너지는 바다』 『까치산의 왕벌』『천사의 날개』등 李씨의 소설에 대한 평에서『참을 수 없이 가벼워져가는 요즘의 소설 쓰기 풍토에서 보기 드물게 소설적무게를 느끼게 한다』며 『그 무게는 李씨가 역사 의 뿌리에 해당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찾는 자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李憲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