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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기술 못 가진 죄 … 한 해 5조원 외국사에 로열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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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휴대전화 단말기 전문업체인 팬택계열의 올해 목표는 매출 2조원 달성과 흑자 전환이다. 지난해 4월에 시작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다. 전 직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팬택의 강점은 특허 보유가 많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관련해 2900여 개의 특허를 가져 우리나라 대표 기술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런 팬택도 핵심 기술 몇 개를 외국에 의존한다. 팬택은 지난해 미국의 퀄컴 등 20여 개 업체에 로열티(기술 사용료)로 916억원을 물어야 했다. 지난해 매출액 1조6395억원의 5.6%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한시가 바쁜 팬택으로선 여간 속 쓰린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2004년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에 지급한 로열티는 1조2813억원이었다. 당시 순이익 10조7867억원의 10%가 넘는다. 2005년부터는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말 공개한 2007년 감사보고서엔 “협상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기술료는 1조3154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퀄컴 등 개별 업체와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내야 할 로열티 총액이 앞으로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영상 압축기술(MPEC4)과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상당한 로열티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외국 회사에 내는 돈이 더 많다”며 “첨단기술 특허가 늘고 있어 로열티 수입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전자 측은 로열티를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원천기술 미국 의존 심해=반면 미국의 퀄컴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의 원천 기술로 ‘떼돈’을 번다. 지난해 88억7000만 달러(약 8조7000억원)의 매출에 28억8000만 달러(2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CDMA 방식의 단말기를 생산하는 업체에 대당 5%를 떼어준다. 1995~2006년 국내 업체에서 받아간 로열티만 3조4000억원을 넘는다.

로열티는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먹고 마시는 피자·커피·담배부터 할인점·호텔·영화 등에도 로열티(특허·상표·디자인 포함)가 숨어 있다. 한국피자헛은 매출액의 3%,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맥도날드는 매출액의 5%가 로열티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담배 제품 판매액의 6~10%를 본사로 보낸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SW) 분야도 만만치 않다. 한국IBM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2004년)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로열티를 미국 본사에 지급했다.

이렇게 국내 법인이 해외에 지급한 로열티는 지난해 50억 달러를 넘었다. 올해도 증가 추세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로열티 지급액은 11억52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로열티 지급이 늘어나는 것은 원천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열티 수입은 뒷걸음질=반면 들어오는 로열티는 답보 상태다. 2006년 사상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었던 로열티 수입은 지난해 19억 달러대로 뒷걸음질했다. 올해 1~2월 로열티 수입(3억2390만 달러)도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원천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품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다 보면 로열티 지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원천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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