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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공동화의 해법 ‘도시 은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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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은퇴는 누구나 맞는다. 예상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내 앞에 닥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퇴직한 후 적당한 일감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도시에서 일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농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접근해야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은퇴 후의 생활로 바꾸어 갈 수 있을지 작은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요즘 시골을 지나다 보면 농사를 짓다 방치되어 있는 영농시설을 보게 된다. 어떤 연유에서 방치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을까. 아깝기도 하지만 방치되고 있는 잔해로 인한 환경오염도 걱정거리다. 이의 해소 방법은 필요한 사람에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도시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과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사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제공해 새로운 경제활동 인구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미 실험 사례도 있다.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누에 농사를 실험해 본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희망자에게 뽕밭과 잠실의 일부를 임대해 주고, 사전 체험영농 연구를 실시해본 결과 정책적으로 적은 영농비 지원만 있다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누에 농사 체험현장은 아산시 황토누에 마을이었다. 체험에 앞서 설문조사를 해 보았더니 귀농 희망자들은 농촌생활에서의 한 달 희망소득을 100만원 정도로 답했다. 봄과 가을 두 차례로 나누어 실험은 진행되었다.

봄누에 때는 도시 은퇴자 두 사람이 영농체험한 결과 총 영농 일수 32일 중 15일은 출퇴근, 17일은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누에를 키워 영농비를 공제하고 197만7000원의 소득을 얻었다. 가을에는 부부 영농체험을 진행했다. 남편은 총 영농 일수 23일 중 7일은 출퇴근, 16일은 현장체류 체험을 했다. 부인은 마지막 5일만 함께 체험했다. 순소득은 131만7000원이었다. 남편은 “농촌과 농사일에 대해 엄청나게 반대만 하던 아내가 체험영농을 통해 농사도 할 만하다며 마음을 바꾼 것이 체험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노인 인구와 도시 은퇴자, 그리고 농촌의 공동화는 큰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는 일거리를 제공해 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일률적인 사회 복지보다는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노인복지 제도가 국가나 개인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즉 일하는 사람에게 국가에서 작은 지원을 해준다면 죽는 날까지 소득생활이 가능하다. 이게 곧 경제생활과 건강을 지원하는 진정한 복지제도일 것이다. 이제 도시에서만 노인 일자리를 억지로 마련하기보다 농촌에서 적당한 일거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도시민이 단번에 농촌생활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도시와 농촌을 왔다갔다 하면서 농사를 짓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다음 가까운 농촌으로 완전 이주도 가능하리라 본다.

류강선 농촌진흥청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