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왜 그럴까?” 부모 질문이 아이 창의력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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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신고 오기영 교사가 발명 동아리 ‘사이빌’에서 학생들과 자전거 바퀴의 원리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左>. [대전시교육청 제공]
서울 보성고 정호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과학발명경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구조물을 갖고 대화하고 있다<사진右>. [사진=오상민 기자]

“창의력을 키우려면 호기심부터 갖게 해야 합니다. 거기서 관찰력도 생기고 상상력도 커집니다. 그렇다고 과학 분야만 파고들면 곤란합니다.”

‘발명 교육 전도사’로 불리는 오기영(대전 대신고) ·정호근(서울 보성고) 교사의 말이다. 과학의 날(4월 21일)을 맞아 해마다 제자들을 과학대회 ‘메달리스트’로 만드는 두 교사에게 창의력 키우는 법을 들어봤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창의력 키워”=대신고 과학발명 동아리 ‘사이빌’을 이끄는 오기영 교사. 지난 5년간 학생들과 1024건의 특허·실용신안을 출원했고 전국 고교 가운데 국가발명장학생을 3년 연속 가장 많이 배출한 베테랑이다.

신입생의 필수과목으로 정한 발명수업 ‘미래 과학과 발명’을 진행하는 그는 “창의력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타인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서 관찰력과 상상력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창의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오 교사의 주장. 그는 어릴 때부터 관찰력과 창의력을 일깨우려면 부모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부모가 답을 몰라도 ‘왜 그럴까?’라고 물어보세요. 뮤지컬을 볼 때도 무대장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과학과 상관없는 코미디 소재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엉뚱한 생각이라도 부모가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다 보면 골똘히 사고할 동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닮고 싶은 과학 분야의 위인을 늘 마음속에 담고 다니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좋은 습관과 노력을 따라 하면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게 되거든요. ”

오 교사는 발명수업에 활용하는 ‘신화창조’ ‘디스커버리’ ‘스펀지’ ‘과학다큐’ 등 과학적 소재와 발명품의 탄생을 다룬 TV 프로그램 시청을 권장했다.

“아이디어 제품이 성공하기까지 기술적 한계, 제작자들의 고민, 발상의 전환과 성공 등을 과정별로 보여 준 뒤 상황별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 계속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자극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배운 것 활용 능력 길러야”=보성고 발명 동아리 ‘사이노베이터’를 지도하는 정호근 교사는 2004 대한민국청소년발명아이디어 디자인경연대회 최다 출품, 대통령 우수인재상 전국 고교 2년 연속 수상이란 성과를 일군 과학교육 전문가다. 정 교사는 붕어빵을 만들어도 남과 다른 붕어빵을 만들려고 하는 데서 발상의 전환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창의력은 기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생각과 상상으로 일상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지요. 관찰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양해 원리를 파고드는 힘도 강하거든요.”

그는 발명대회 수상자들이 대개 융합적인 사고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변의 정보·개념·사물들을 연결해 보는 습관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융합적인 사고를 하려면 어릴 때부터 공연·여행·독서·강연 등 다양한 체험을 해 두는 게 좋습니다. 창의와 발명은 무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존 사고에 다른 개념들을 접목시켜 나오니까요.”

정 교사는 과학 인재들은 학교에서 배운 과학지식을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원리를 생활에 응용하는 것이 창의력 발휘의 시작입니다. 자기만의 의견을 생각해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사고력이 확장됩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장시간 지속적으로 사고하는 습관도 길러야 해요.”

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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