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이 소비한다 … IT·자동차주‘중국이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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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7년 주식시장의 화두는 중국이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조선·해운 업종의 이익이 급증했다. 철도·도로·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 늘면서 기계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 소비에 크게 의존하던 정보기술(IT)·자동차는 ‘미운 오리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관련주’의 대표 주자로 분류됐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네 배 넘게 올랐지만 ‘미국 관련주’의 맏형이라는 삼성전자는 60만원의 박스권에 갇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며 중국 수혜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선·철강·기계가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다.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조정폭도 깊었다. 이달 들어선 중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 다시 중국 관련주가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007년과 같은 중국 수혜주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해선 안 된다는 견해다. 우리투자증권 권양일 연구원은 “신중국 수혜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6위안 시대’ 수혜주를 잡아라=중국 인민은행은 15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9963위안으로 고시했다. 2005년 7월 변동환율제 개혁 이후 최근까지 위안화는 15.5% 절상됐다. ‘6위안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중국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 인상 및 소비재 가격 통제 등의 조치와 더불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 당분간 위안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인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소비재 수요가 증가해 반도체·가전·LCD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한화증권은 분석했다. 위안화 강세로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조선·철강업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14억 인구’가 소비를 시작했다=그동안 중국 경제를 끌어온 동력은 투자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중국 경제(GDP) 성장에서 투자기여도는 내려가고 있는 반면 소비기여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4%의 중국 GDP 성장 중 소비(4.5%포인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투자(4.4%포인트)를 앞질렀다(순수출 2.5%). 현재 중국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 역시 소득 증가로 소비의 질을 높이고 양도 늘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과거 산업재가 아니라 소비와 관련된 IT·자동차가 ‘신중국 관련주’가 돼야 한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주장이다.

◇중국 자회사가 번 돈도 실적이다=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해외에서 번 돈도 포함한다. 직접 수출을 해서 번 돈뿐 아니라 해외에 세운 자회사가 벌어들인 돈에 대한 지분법 평가이익도 실적으로 계산된다는 의미다. 대우증권이 2007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 대상 중국 자회사는 지난해 7237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LG전자가 중국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인 돈도 5237억원에 달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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