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잔재 실상 알린다-지식인 曲筆.친일자료.유산답사기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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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제잔재 청산은 광복직후 우리 민족에 떨어졌던 지상과제였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뚜렷한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 원인중 하나는 많은 친일자료들이 인멸됐고 다른 한편으로는일제치하에 순응한 저명인사들이 해방후 새국가건설에 그대로 참여한 까닭도 있다.
결국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일제잔재 청산의 걸림돌이돼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뿐 항상 정도를 향해나아가게 마련이다.문민정부 출범이후 광복 50주년을 맞아 정부차원의 일제잔재 청산 「원년」이 선언되면서 새로운 작업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일제잔재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책으로 결실을 맺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곡필로 본 해방 50년』(김삼웅 지음.한울),『반민특위-발족에서 와해까지』(친일문제연구회 지음.가람기획),『서울시내 일제유산 답사기』(정운현 지음.한울),『일제 황민화교육과 국민학교』(씨 교육연구회편역.한울),『한일협정을 다시본 다』(민족문제연구소 지음.아세아문화사),『한일 50년은 청산되었는가』(김용수 지음.고려원)등이 그것이다.
무크지 『반민특위…』와 『곡필로 본 해방 50년』은 일제하에서 길들여진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끼친 악영향을 샅샅이고발하고 있다.
이중 『반민특위…』는 국회가 정부수립 이듬해인 49년 이승만대통령의 달갑지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출범시켰던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의 발족및 와해과정을 다룬 책.
식민을 경험했던 다른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친일세력들이 온존할 수 있었던 배경과 그 반민족행위자들에 의한 반민특위 와해공작은 물론 반민특위관련법령도 실려있다.
이처럼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풍토에서 발표된 지식인들의 곡필을 묶은 것이 『곡필로 본 해방 50년』.
이용구가 조선통감에게 제출한 「합방청원서」와 일진회의 송병준이 일본군 참모에게 보낸 「매국서한」,일제치하 매일신보에 실렸던 곡필을 보면 수치감을 피할 수 없다.
이어 자유당시대,5.16 군정시대,한일회담전후,유신시대,5.
6共,문민시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종 매체에 발표된 대표적 곡필이 소개되고 있다.
곡필의 기준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지만 일부 언론들의 5.16군사쿠데타 관련 글을 보면 「빛나는 군사혁명」「혁명완수로 총진군하자」등 얼굴이 뜨거워지는 부분이 많다.
『한일협정을 다시 본다』도 그런 풍토에서 65년 체결된 한일협정 조항에서 36년간이나 지배를 당했으면서도 사과 한마디 받아내지 못했던 굴욕적인 면을 조목조목 따진 책이다.
곧 출간될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는 최근 첨탑이 절단된 조선총독부건물.서울역.한국은행.서울시청.서대문형무소.대법원.대학로.고궁등을 찾아 그곳에 묻어있는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고 있어 어린이들의 교육서로도 가치가 높다.각종 지명과 인명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도 살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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