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對北정책기조 어떻게 잡아야하나-적극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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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측의 대북(對北)경수로및 쌀지원,획기적 대북 제의 예고등거듭된 유화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안승운(安承運)목사의 납북,쌀 수송선 억류등으로 계속 남북관계 진전에 난관을 조성하고있다.이러한 사태에 대한 여론의 강한 반발로 정부도 대북정책의기조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대비되는 두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조문파동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쌀 지원을 계기로 서서히 풀리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쌀 수송선 선원 이양천씨의 사진촬영 사건이 터지면서 이러한 바람이 물거품되지 않을까 안타깝고 우려스럽다.일부에서는지난번 인공기 게양사건 등을 들먹이며 대북한 정책을 다시 대결구도로 돌리자고 야단들이다.이 분들에게 먼 민족 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를 비롯해 우리모두가 자성할 점을 살펴보겠다.
첫째,우리는 지금 통일시대를 맞아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을우리 손으로 극복하고 민족공동체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북간 화해와 협력등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긴요한 민족사적 과제를 안고있다.이러한 큰 일을 위해 사진촬영 사건과 같 은 작고도 돌출적인 일에 휘말려 큰 일을 그르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민족문제는 민족사의 장기적 구도에 입각한 전략적 사고를 요구한다.「남북관계 전반적인 그림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정부의 그동안의 방침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둘째,그동안 우리는 양안(兩眼)적 시각이 아니라 단안(單眼)적 시각,곧 북한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우리 잣대로 판단하고 강요하는 편협성.거만성에 길들여져 있다.인공기 게양사건에선남북 양측의 잘못이 있었다.그런데도 인도적 차원 의 쌀 지원마저 중단하겠다면서 북측의 사과를 강요한 남측 언론이나 정부 정책은 양안적이지 못한 편협성과 상대를 짓이기려는 거만성의 발로였다. 또 남쪽 기준에서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사진 촬영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쌀제공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의 환기 정도로 매듭지을 수 있다.
이러한 자그마한 사건들은 서로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서 이해하려는 감정이입식 접근을 꾀할 때,최소한 양안적 시각을 가질땐 사건화하지 않는다.또 설사 사건화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작은 일의 틀안에서,곧 지난번엔 북한이 사과했으니까 이번에는 우리가사과하는 식으로 매듭지어야지 초가삼간의 대들보를 무너뜨리는 파국적 길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여유있는 서독이 동독에 양보했듯 모든 점에서 우위에 있는 남쪽이 먼저 양보의 정신을 보이는 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셋째,남북의 화해.협력과 관계개선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조문파동에 뿌리가 있다.작년 남쪽은 온통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리는 반북(反北)히스테리에 몰입되었다.북한은 이것을 반인륜적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남측의 사과나 유감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정신대 등으로 우리민족을 극단적으로 폭압한원흉인 일왕 히로히토의 죽음에 총리를 조문사절로 보내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조문파동으로 대응한 점은 여러 측면에서 궤도를 이탈한 행위다.결자해지(結者解之)의 방식으로 남측이 이 문제 매듭을 풀면서 화해.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물꼬를 먼저 터야 한다. 넷째,이제까지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면서 냄비식 여론에 끌려다니는 대응으로 일관했다.이러다보면 정작 통일의 영마루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게 되는 엄청난 민족사적 해악을 가져 온다.
해방 50돌에 외곬으로 달구어진 몸을 식히면서 우리 모두는 먼 민족사의 장정을 개척해나가야 할 민족일꾼으로 거듭나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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