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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한민족철학자대회 17일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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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민족철학자대회 1995」가 오는 17일부터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해외동포철학자들과 국내 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다.한민족철학자대회는 91년 8월「변화하는 시대의 철학의 과제」라는 주제로 첫 대회가 열렸으며이번 대회는 4년만에 다시 열리게된 두번째 대회다.
삼성전자 후원으로 한국철학회가 주최하는 이번 한민족 철학자 대회는 「인간다운 삶과 철학의 역할」을 주제로 19일까지 3일간 계속된다.대회는「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초점을 맞춰 우리 민족은 물론 다른 민족과 문화 에 대해서도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인간다운 삶의 범형(範型)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인간다운 삶이란 개개인의 자아실현이 가능한 삶을 가리키며,철학은 많은 집단에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론을 모색해야 한다』는 차인석(서울대철학과)교수의 개회강연은 이같은 취지를 압축한 것이다.
이번 한민족 철학자대회에는 심신수반(心身隨伴)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김재권(브라운대)교수,현상학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조가경(뉴욕 주립대)교수,정치철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승계호(텍사스대)교수를 비롯,미주지역에서 5명,러시아에서 3명,중국에서 5명,일본에서 1명등 재외동포석학들과 한국철학회 등 국내 5개 철학연구단체 회원들이 참가해 총 60여편의 논문을 발표할예정이다.
「민족문화」「과학기술」「미래의 가치」등 이번에 다루어질 주제별 내용을 미리 배포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민족문화가 상충하는 세계화시기에 민족문화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문제가 1차적으로 검토될 예정이다.
박성배(뉴욕주립대)교수는 서양문화를 보편적 시각에서 수용하려는 태도를 「패권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비판하면서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질서를 요구하는 「세계」라는 개념대신 각 민족의 문화가주체성을 가지고 세계문화의 核노릇을 할 수 있는 「지구촌」개념을 제안하고 있다.민족 주체성을 분단체제와 관련시킨 이삼열(숭실대)교수는 남북한간 문화적 동질성 확보가 위협당하는 현실에서철학이 민족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나 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이른바「창조적 통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재권교수는 종교와 신화를 포함한 여러 反과학주의 논의들을 소개하는 한편「내용」에 주목하는 종교.신화와 달리 과학은 그 「형식」에 주목한다는 점을 밝히고,관찰된 세계의 한계를 넘어설수 있는 새로운 과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초식(고려대)교수는 정보화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정적 현상을 진단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기 위한 윤리적 조건들을 검토한다.
***인간다운 삶과 미래의 가치 승계호교수는 사회적 공평성을위협하는 요인으로 대자본과 기업관료,그들에 의한 정보의 집중,남녀차별 및 생태계파괴로 보고 이것을 가능케하는 욕망의 무한한재생산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기제가 시급히 제안돼야 한다고주장한다.
박이문(포항공대)교수는 과학기술의 가속적인 발전과 세계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열정을 분석,「과학과 종교」「근대와 탈근대」라는 2분법은 지양.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는 인식대상의 한계를 넘어선 윤리적 선택으로서 상징적.은유적으로 이해돼야 하며 그래야만 과학적 세계관과 종교간의 상호배타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金蒼浩〈本社학술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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