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對北자세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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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대북(對北)접근자세가 최근 한층 더 난조를 보이는 것같아 걱정스럽다.「쌀주고 뺨맞고」라는 신조어가 정부의 부실한 대북대응자세를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시중에 나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가 대가없이 40억~50억달러 규모의 경수로 원전(原電)을 지어주기로 하고,쌀을 무상으로 15만씩이나 주면서도 북한으로부터 온갖 수모와 협박은 그것대로 다소곳이 겪어야 하는 현실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의아해하는 현실이다.한 목사가 강제로 북에 끌려가고,더군다나 쌀을 북에 운송해준 선원과 선박이 억류당했는데도 국민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정부당국이 그것을 각기 16일과 8일씩이나 숨기다가 북측이 문제를 공식제기하자 마지 못해 국민에게 알렸 기 때문이다.이런 비밀주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의 도리인지 묻고싶다. 그나마 정부가 그간 비밀리에 북측과 접촉해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한 흔적이라도 있었다면 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다소 이해할 수도 있다.그러나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정부의 대북자세에 왜 이런 구멍이 뚫리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은 매우 불안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우리는 그 원인을 두가지로 유추한다.첫째,정부가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어설픈 대북유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번 삼선비너스號 억류사건만 해도 정부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북한이 쌀을 무상으로 받아야 하는 궁벽 한 처지에 설마 딴생각을 하겠느냐는 지극히 안이한 발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둘째,현정부는 대북정책의 속성을 망각한채 당대(當代)에무슨 가시적 성과를 얻으려고 집착하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비판론이다.당대 정권은 벽돌 하나를 쌓는다는 기조하에 통일정책을 세우고,집행해야 하는데 현정부는 당대에 승부 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갖고 북에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 북측에 거꾸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우려다.북측은 전혀 받을 태세가 아닌데도 또무슨 획기적 제의를 하겠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대북정책은 힘과 원칙을 바탕으로 하여,서두르지 않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만이 최선책임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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