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롤러코스터 4집 'sunsic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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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인조 밴드 롤러코스터. 왼쪽부터 지누·조원선·이상순. [김성룡 기자]

서서히 올라 갔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수직낙하하고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그러나 3인조 혼성 밴드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이 놀이 기구와는 사뭇 다르다. 신나지만 숨가쁘지 않고, 흥겹지만 폭발적이지 않다. 그 오묘한 융합과 쿨(cool)한 세련됨으로 가요계의 새 지평을 열었던 롤러코스터가 2년 만에 4집 앨범을 냈다. 새 앨범에서 롤러코스터는 이전처럼 전자음을 주요한 사운드로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중심으로 당기는 구심력(求心力)과 중심에서 멀어지려는 원심력(遠心力)으로 움직이는 궤도 열차처럼.

이번 앨범의 제목은 'sunsick'. 'homesick'(향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들이 새로 만든 영어로 굳이 풀이하자면 '태양 (자연)을 그리워하다'쯤 될까.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엔 인공적인 사운드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많이 가미하려고 했다.

어쿠스틱 기타가 한 곡의 전체 사운드를 주도하는가 하면 배경음으로 '둥둥'하며 울려퍼지는 퍼커션의 둔탁한 소리를 삽입하기도 했다.

1999년 데뷔 이후 여성 보컬리스트 조원선의 나른한 음색에 가공된 전자음이 겹쳐진 것과는 다른 색깔이다. 물론 컴퓨터로 만들어낸 소리가 여전히 전체 음악의 중심을 지키면서 어쿠스틱 악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조원선은 "어쿠스틱 악기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하고 리더인 지누는 "지금까지 롤러코스터 음악이 차가운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물이었다면 이번엔 그 한편에 나무.꽃 같은 자연의 조형물을 심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작곡자와 편곡자엔 외부 사람은 물론 멤버 중 누구의 이름도 올라있지 않다. 13곡 모두를 멤버 세명이 함께 만들었다. 롤러코스터가 지켜오고 있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다.

지난해 여름 조원선의 집에 스튜디오를 차린 이들은 열흘간 꼼짝 않고 연주만 했다. 기타와 베이스, 건반을 하나씩 맡았고, 멤버 중 한 명이 평소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멜로디를 켜면 다른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이에 맞춰가며 연습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기본음을 완성해 악보로 발전시켰다. 기타를 맡은 이상순은 "곡이 완성된 뒤에도 앨범으로 나오는 데 9개월이 걸린 건 어쿠스틱 악기로 녹음된 것을 다시 컴퓨터에 옮기는 등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누와 조원선은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좀체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사운드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유학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해외 음악을 단지 흉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탁월한 연주 실력 때문이다. 밴드가 결성되기 전까지 멤버 모두 세션맨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오기도 했다. 이번 음반은 롤러코스터의 속도감과 난이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그래서 맨 앞자리에 올라 타서 끝까지 단숨에 내달으면 짜릿한 쾌감과 봄날의 상쾌함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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