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팬들은 매너 갖춘 골프 스타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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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2일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스포츠서울-김영주 골프대회 2라운드.

투어 5년차의 송보배(22)는 골프 규칙을 놓고 경기위원과 옥신각신하다 돌연 경기를 포기했다.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억울하다’고 항의한 뒤 가방을 싸 들고 돌아가 버렸다.

9번 홀 경사지에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드롭한 것이 발단이었다. 첫 번째 드롭한 볼이 드롭 구역(2클럽 거리 이내) 바깥으로 흘러내리자 송보배는 다시 드롭을 했다. 이번엔 2클럽 이내에 멈춰 섰다. 규정상 그 자리에서 플레이해야 하는데 송보배의 캐디는 또 공을 집으려다 경기위원의 제지를 받았다.

골프규칙 제20조 2항에 의하면 ‘볼이 2클럽 이상 굴러서 멈춰 섰을 때는 다시 드롭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2클럽 이내라면 인플레이 상황이므로 공을 집으면 안 된다. 이건 상식이다. 경기위원이 관련 규정을 설명까지 했으나 송보배는 “처음 듣는 규정”이라며 발끈한 뒤 경기를 포기했다.

같은 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 2라운드.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한 마이클 톰슨(미국)은 15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하려다 볼이 움직이자 자진 신고한 뒤 벌타를 받았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지만 퍼팅 어드레스 자세에서 볼을 건드린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송보배의 어처구니없는 행동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심판이 따로 없다. 플레이어가 에티켓과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영국 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에티켓과 ‘코스에서의 행동’에 대한 규정을 골프규칙 제1장에 집어 넣었다.

송보배는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프로선수가 규칙을 제대로 모른 것도 문제려니와 불끈해서 라운드 도중 경기를 그만둔 것은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팬들은 공만 잘 치는 ‘스윙 머신’을 원하지 않는다. 교양과 매너를 갖추는 건 프로선수의 기본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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