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한·일 정상회담, 신뢰 확보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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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일본 방문이 내일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실용 외교’의 구체적인 모습이 처음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대통령도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새 정부 들어 처음인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의 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 대(對)미·일 외교의 특징 중 하나는 ‘국내 정치’를 의식했다는 점이다. 반미·반일 성향을 갖고 있는 지지 집단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국제정치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일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했다. 그러면서도 대북정책 등에선 미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이 원하는 것을 결국 수용하면서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일 관계에서도 ‘각박한 외교 전쟁을 치를 수 있을 것’ 등 비외교적 언사를 구사해 쓸데없이 갈등만 확대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식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대통령부터 나서 ‘한·미동맹 강화’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의 대일 관계 개선’을 역설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차원에서의 균열은 생길 수 있다. 국가 관계에는 본질적으로 ‘국익의 충돌’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간에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 많다. 주한 미2사단의 평택 이전 비용 분담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그것이다. 사안 하나하나가 폭발성이 강한 데다, 해결책 마련이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다. 잘못 다루었다가는 과거에 못지않은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표시한 데서 드러나듯 대일 관계에서도 인화성 현안이 많다.

이런 난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미·일 정상과의 신뢰 조성이 급선무다. 노 정권 시절 대미·대일 갈등의 진원지가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