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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하기자의주주클럽] 정치 테마주는 ‘타짜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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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석 달 안에 원금을 4배로 불려준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동산이든 사채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올 1분기 주식시장에 그런 종목이 딱 하나 있었다. 코스닥 기업인 모헨즈다. 지난해 말 975원 하던 주가가 3930원이 됐다.

모헨즈는 직원 58명의 레미콘 회사다. 2년 연속 5억원대 적자를 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가가 4배로 뛰진 않는다. 주가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새만금·대운하 ‘더블 수혜주’란 소문이었다. 둘 다 인근에 땅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새만금과 멀지 않은 충남 서천에 공장이 있고, 대운하 터미널 예상지인 원주에 계열사가 있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봤다. 담당 직원은 “이미 올 초에 주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고 공시했다”며 난감해했다. 회사 측이 밝힌 서천공장 면적은 1만2600㎡(약 3800평)다. 공시지가 3억원 정도다. 공장을 팔겠다고 한 적도 없다. 대운하 건설은 아직 안개 속이다.

정책 테마주는 과거에도 많았다. 1994년 김영삼 정부가 환경을 강조하자 무공해 포장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대영포장이 날아올랐다. 7개월 만에 20배 넘게 뛰었다. 증권가엔 “지금보다 10배는 더 오를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해 말 환경부가 생겼지만 정작 주가는 미끄럼을 탔다. 석 달 만에 60% 넘게 추락했다. 증권사 경력 20년인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정책 테마주 상당수는 ‘타짜’ 시장”이라고 말한다. 5%의 타짜만 웃고 95%의 순진한 투자자들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란 얘기다.

제18대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자 ‘입법 수혜주’도 들썩거린다. 그러나 법 바꾸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야당이 단상을 점거하고 물리력을 동원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쟁점 법안에 막혀 별 이견도 없는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일도 생긴다. 국민 여론도 변수다.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은 그해 정기국회에서 100개 입법 과제를 처리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회기 중에 통과된 건 고작 14개뿐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 부장은 “투자자가 끊임없이 정치 테마주에 달려드는 건 주가 흐름이 화려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단기 대박을 노린다면 이만한 소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꼭 알아둬야 한다. 활짝 핀 벚꽃 앞에 모인 인파가 떠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진 꽃잎을 치워야 한다. 참고로 대선 직전 꼭대기를 모르고 치솟았던 대운하주는 현재 줄줄이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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