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또 특근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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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가 12, 13일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 지난달 사측이 요구한 생산성 향상 방안이 조합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아산공장은 NF쏘나타와 그랜저TG를 생산한다. 이번 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 차질은 600여 대에 달한다.

사측이 요구한 방안이란 ^특근 시 필요 이상의 추가 인력 투입을 제한하고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해외연수 대상자 중 절반은 사측이 뽑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사측이 이 요구안을 철회할 때까지 이달 남은 특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 현대차 노조의 특근 거부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5, 6일엔 아반떼와 i30을 생산하는 울산3공장이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신차 물량 일부를 주기로 한 합의안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깼다’는 이유였다. 앞서 지난달 3, 4일엔 클릭과 베르나를 만드는 울산1공장이 작업을 한 시간씩 거부했다. 사측이 평일 작업 시간을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려 하자 “잔업수당이 줄어든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노조가 겉으로 내세우는 작업 거부의 명목은 사측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일련의 ‘거부 사태’의 배경엔 일감 배정을 둘러싼 생산라인 간 줄다리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는 NF쏘나타 일부 물량을 울산1공장으로 옮기는 걸 추진해 왔지만 아산공장 노조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3공장도 신차인 ‘제네시스 쿠페’ 물량을 둘러싸고 4공장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일감을 확보하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공장마다 각각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일감이 많은 공장에만 있는 주말 특근은 1회 수당이 20만원에 달해 월급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엔 “조합원들은 다 같이 사는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 “작업자들은 (물량을) 서로 안 빼앗기려 하니까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며 물량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 대표는 11일 울산공장에서 물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량 조정 노사 공동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노사는 물량 조정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각 공장의 입장이 여전히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17일로 다시 공을 넘겼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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