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촉촉히 젖어드는 수채화 같은 뮤지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호 13면

뮤지컬 ‘소나기’
5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평일 오후 7시30분, 토·공휴일 오후 3·7시, 일 오후 4시(월 쉼)
문의: 02-399-1114~6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 소년과 소녀가 뛰어가는 들판엔 유채꽃이 가득하다. 배고프면 향기로운 참외를 서리하고 소나기가 오자 원두막에서 비를 긋는다. 시냇가에서 주운 조약돌에 서로의 소원을 담아 교환하고 영원히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몸이 약했던 소녀는 소나기 오던 날 입었던 옷을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무대에 오른다. 교과서에도 실린 그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원작 소설의 서정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문법으로 각색된 창작 뮤지컬이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참된 사랑의 의미를 도시인의 가슴에 촉촉히 전달하고 있다.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 ‘괜찮아 이젠’ 등 맑은 멜로디의 히트 예감 넘버들과 무대 위로 퍼붓는 소나기가 만드는 시냇물, 환상적인 조명, 영상이 어우러진 무대 장치다. 십여 분에 걸쳐 2t 분량의 물을 고스란히 맞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풋풋한 배우들의 모습은 시원한 쾌감을 안겨준다. 정말 저 비를 맞고 소녀가 병에 걸릴 수 있겠다는 실감도 충분히 든다.

2004년 초연되었던 뮤지컬 ‘소나기’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함께해요 나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공연하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30주년 기념작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어 다시 무대에 오르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여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소나기’는 5월 부산국제연극제 폐막 작품으로 부산 관객을 찾아간다. 7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의 기지무나 페스타에 초청되어 15개국 46편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국제 무대에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