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5.끝 국내 컴퓨터매니어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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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이버펑크」는 이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한국에도 사이버스페이스에 빠져 사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아직은 컴퓨터.과학 관련 전문가들이 주로 사이버펑크 주도세력이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다.사이버스페이스 에서 이들은프로그램 개발.정보교환등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앞으로 우리사회의 변혁에 자극을 줄 한국의 대표적 사이버펑크족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으로 「사이버펑크」특집 시리즈를 마감한다. [편집자註] ▲김용운=최근들어 우리나라에도 인터네트 사용자가 폭증하고 있어요.인터네트는 원래 학술용 전산망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때부터 자신의 연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 서로 효율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이호선=애초에 목적이 그랬던 것처럼 상업성은 찾아보기 어려웠어요.모든 정보는 완전히 「공짜」였지요.처음부터 인터네트는 말 그대로 완전한 「정보사회주의」가 구현되고 있었죠.
▲권도균=이제는 완전히 일반화돼버린 인터네트에도 아직 그 정신은 남아있다고 봐야죠.이것이 인터네트에 파묻혀 사는 사이버펑크들의 제1신조이기도 하죠.
▲최윤수=하지만 최근 컴퓨터 통신이 산업화되면서 그러한 정신이 퇴색된듯 해요.어쨌든 인터네트가 컴퓨터통신 산업에 의해 크게 발달한 점도 부인할 수 없어요.
▲정주원=우리나라는 전화요금이 너무 비싸요.한번에 2~3시간하는 것이 보통인데 매일 이렇게 하면 엄청난 전화요금을 감수해야 합니다.세상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전화 짧게 쓰라」고만 말을 하지요.이러다간 우리는 신나게 컴퓨터통신을 즐기는 선진국들에 밀려 정보후진국에 머물고 말거예요. ▲김병학=인터네트에 들어가 보면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공짜로얻어쓸 수 있죠.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상업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에 이렇게 말합니다.「돈을 받고 팔려면 적어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어라」.
▲이강찬=실제로 인터네트에서 얼마든지 받아 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돈 주고 사야하는 것보다 우수한 것이 많습니다.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만나는 한국의 프로그래머들도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 같은 곳에 비해 파괴적인 해커들은 많이 나타나지 않는것 같아요.한국의 「컴(퓨터)도사」들은 착한 편인가보죠.그렇지만 속으로는 우리의 현실에 불만이 많은 거예요.사회의 지도자들은 말로만 「정보화 사회」를 운운하지 실제로는 전혀 감을 잡지못하는 형편이에요.
▲최윤수=인터네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굉장한데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인터네트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상황은 답답하다 못해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컴퓨터와 담 쌓은사람」들은 아예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中央日報가 연재한 「사이버펑크」시리즈는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컴퓨터에 의한 변혁에 대해 「나몰라라」하던 사람들도 한번 눈길은 주었을 거예요.
▲김용운=저는 하루에도 대여섯번 전자우편함을 봅니다.며칠만 소홀히해도 수백통의 전자우편이 쌓여 어지러울 정도예요.이미 사이버스페이스가 생활의 또 다른 영역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는 거예요.
▲김병학=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인터네트와 관련된 설비와 통신망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 사실이죠.그러나 아직 멀었어요.위정자들과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모르는 것 같아요.머지않아 컴퓨터통신이 가장 중 요한 언론 조성 매체가 될 것입니다.인터네트를 하고 있는 한국의 청소년들은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외국의 친구들을 더욱 친근하고 도움되는 존재로 느낄지도 몰라요.
▲이호선=전문가들만 컴퓨터에 전념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어요.
미국은 정치인과 예술가들이 인터네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먼저 나서고 있습니다.글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함께 떠오르는 「월드 와이드 웹」이란 것이 있습니다.미국은 이것을 예술가들이 보기좋게 만듭니다.우리나라는 단순기술자들이 만들어내고 있죠.결국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송우길=사실 인터네트의 사용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얼마전 연구소에서 일하는 고졸 여사원들에게 인터네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법(채팅)을 알려준 적이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아가씨들이 채팅을 즐기게 됐어요.결국엔저보다 더 능숙하게 채팅을 즐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용운=머지않아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겁니다.나중에 변화를 감지하고 나면 따라잡지 못할 상황이 될 거예요.우리도 나중에 또 다른 세대에 의해 도태의 대상이 되겠지요.그것이 역사의 순리입니다.이같은 역사의 순리를 모르는 현재의오피니언 리더들이 역사의 심판대에 섰을 때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하군요.
〈진행.정리=蔡奎振.權赫柱 사진=金相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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