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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마케팅, 멀리서 찾을 게 아닌데…

중앙일보

입력

최근 우리나라의 공연시장은 관객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뮤지컬과 콘서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년의 문화적 욕구를 불러일으켜 성공을 거둔 뮤지컬 ‘맘마미아’ 와 예술의 전당 ‘11시 컨서트’,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해외공연 마케팅의 신기원을 이룬 ‘점프’와 ‘난타’ 는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효과적 ‘예술마케팅’이 힘을 발휘한 사례다.
 예술 분야에서 드러내놓고 흥행이나 마케팅을 운운하는 것은 품격이 떨어진다고 여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예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마케팅의 진가가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얼마전 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 포스터는 예술마케팅이 프로의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음을 실감케 했다. 공연예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일부 학부형에게 알려져 나는 어머니회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학교 오케스트라 공연 기획을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공연장을 대관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이들의 작은 연주회였지만 그 과정은 일반 공연기획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학교 주변의 상가와 사설학원에서 협찬금을 받아내는 일은 노하우가 필요했다. 얼마 안 되는 협찬금이지만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협찬을 할 경우 프로그램과 포스터에 협찬한 곳을 명기하고, 포스터는 학교 주변의 상가 몇 곳에 며칠간 게시할 예정인지 알려줬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학교 주변과 상가에 노출된 포스터를 보며 협찬한 곳들은 매우 흡족해했다. 학생들은 협찬 덕분에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연습하고 연주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 딸아이는 포스터가 붙고 나서 상가의 비디오 가게와 안경점 주인이 자기를 알아 봤다며 좋아했다.
 포스터가 학교 주변에 붙은 뒤 아이들은 더 바짝 긴장해 연습하기도 했다. 많은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연주를 들려주길 원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전단지를 친구들에게 돌리며 공연을 알렸다. 더 많은 친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탕과 볼펜을 나누어 주자는 의견도 냈다. 사탕과 볼펜 덕분인지, 연주가 궁금해서였는지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객석을 메웠다.
 공연이 성공리에 끝난 뒤 몸소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을 나누어준 아이들과 학부형들은 한껏 성취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나 역시 자라나는 세대가 자연스레 문화예술 마케팅을 체험한 기회가 된 것 같아 흐뭇했다. 우리 딸아이는 그 뒤 공연을 보면 포스터가 잘 되었네, 관객층이 어떻네 하며 마치 공연기획자가 된 것처럼 공연을 평가하며 떠들어대곤 한다. 어찌보면 예술마케팅은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극장 같은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집 근처 일상생활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 김승미(서울예술대학 연극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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