停車위반딱지 운전사 15개월 法廷투쟁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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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찰의 실적위주 단속에 걸려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받은 한 시민이 15개월간의 법정투쟁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박찬기(朴贊奇.67.서울관악구봉천1동)씨가정차위반으로 적발돼 3만원짜리 스티커를 떼인 것은 지난해 4월21일. 朴씨는 이날 오후 관악구봉천동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서울대쪽으로 20m가량 떨어진 곳에 택시를 세우고 손님을 태우다 관악경찰서 소속 의경으로부터 「정차위반」스티커를 발부받았다.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철도공무원을 거쳐 25년전부터 운전을해 교차로에서 5m이내가 주정차 금지지역임을 잘 알고 있던 朴씨는 『주차금지표지판만 있을뿐 정차금지 표지판이나 황색 실선도없는데 무슨 위반이냐』며 강하게 항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朴씨는 관악구청 지역교통과와 관악경찰서 교통계등 관련 기관들을 2개월이나 쫓아다녔지만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관할이 아니니딴데 가서 알아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결국 朴씨는 영등포 즉결재판소에 이의제기를 했으나 결과는 크게 달라지 지 않았다.즉심에서 과료 1만5천원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쯤되자 주위 사람들은 『억울하더라도 1만5천원만 내면 그만아니냐.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며 즉심 결과에 승복할 것을 권유했다.朴씨는 『맘 고생 그만하라』는 아내(64)의 만류도 뿌리친채 지난해 6월 서울지 법 남부지원에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법원도 경찰 주장만을 받아들여 자신의 청구를 기각하자 朴씨는 이에 불복,같은해 10월 다시 항소로 맞섰다.
이에 서울지법 항소10부(재판장 金榮一부장판사)는 29일 『피고인이 정차한 곳은 교차로의 가장자리로부터 5m,버스정류장으로부터 10m이내 구간이 아니어서 도로교통법(제28조)에 규정된 주정차금지 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 했다.朴씨는『변호사없이 법정투쟁을 벌이느라 어려움이 많았고 2백만원의손해도 봤다』면서 『하지만 교통현실을 무시한 당국의 마구잡이식단속을 바로잡게 돼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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