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民選단체장 시대 한달 주민위한 행정 뿌리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31일로 민선단체장 시대가 시작된지 꼭 한달.전국 곳곳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한 단체장 대신 주민들이 직접 뽑은 단체장들이 등장하면서 시장.군수실의 문턱이 없어지는가 하면 일요 일에도 민원을 처리해주는 구청이 생겨나는등 바람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의 새바람=공무원들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않고 지역주민들의 편에 서서 소신있게 일하는「위민행정」이 정착돼가고 있다. 서울 광진구 주민들은 휴일에도 인감증명.주민증 교부등 12종의 동사무소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부터 전국 최초로 관내 16개 동사무소에서 민원을처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지사 주관 시장.군수 회의 형태를 전면 개선,회의 탁자를 원탁으로 바꿔 시장.군수간 서열 개념을 없애고 활발한 토론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도지사의 시.군 방문일정도 시장.군수의 형편에 맞춰조정했다.
또 포항.상주시장과 칠곡군수등은 취임후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내고장 살리기=지방자치의 성패는 돈에 달려있기 때문에 각 단체들이 열악한 재정형편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단체장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세일즈에 나서는 경우는 가장대표적인 내고장 살리기 사례.
전북 고창군의 이호종(李昊鍾)군수는 국회의원시절 맺어 놓은 인맥을 통해 대우를 방문,고창군에 건립중인 대우자동차 주행시험장 건립을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기도록 했다.
홍순일(洪淳佾)태백시장은 태백농협에서 만든「고원-D」음료수의시판을 위해 선전 팸플릿에 모델로 나서고 TV선전에도 출연하기로 했다.
부족한 돈을 효과적으로 쓰기위해 관선시대에 무리하게 추진된 대형사업계획이 바뀌기도 한다.
부산시는 서부산권 개발.수영비행장 부지 개발.남항앞 해상신도시 건설계획등 기존 도시계획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지역.집단이기주의 심화=반면 집단민원이 늘어나고 지역이기주의가 심화되며,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갈등이 늘어나는 등의부정적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대표적인 것은 지역간의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갈등.
시.군통합이 무산된 청주시와 청원군의 경우 청주시가 91년부터 추진해 온 청원군강내면학천리 일대의 청주권 광역쓰레기 매립장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혀 청주시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나친 개발경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등도 심각히 우려된다.지리산국립공원주변이 대표적인 예.
지리산 일대에는 현재 남원시.구례군.하동군.함안군 2개 도,4개 시.군에서 모두 15개의 대형 숙박시설을 건립중인데 이어구례군이 산동면 55만평 일대에 대규모 휴양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등 주변 시.군들이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 다.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 심화=정당공천을 받아 당선된 단체장들이 주민이익보다 특정정당의 눈치를 보는가 하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사이에 손발이 안 맞아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수습이 지연되는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건국대 최창호(崔昌浩.행정학)교수는『지방자치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따라서 성급하게 어떤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하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주민들의 자치문화가 성숙되도록 기다리거나 언론과 중앙정부가 계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崔俊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