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자와함께>"절로 가는 마음2" 신영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한국인의 절을 찾는 마음은 한국인의 심성을 찾는거지요.그건종교하곤 무관하지요.절은 한국의 문화유산이 모인 곳이니까요.』절집을 포함한 한옥 건축의 독보적 장인(匠人)신영훈(申榮勳.60.문화재전문위원)씨가 절집을 짓는 사람들과 절간의 이야기를 담은 『절로 가는 마음』(책만드는 집)두번째 책을 펴냈다.
지난해 많은 화제를 모은 첫번째 책이 사람.부처.산신이 더불어 사는 한국 건축의 기능과 멋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번에 나온책은 절 경내를 돌며 불교문화를 경쾌하게 여행하는 성격을 띠고있다. 여기에 조계총림 방장이었던 구산(九山)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은 내력,송광사 중창과정,남대문 보수공사등 자신의 사연을책 뒤에 붙이고 중간중간 지금은 고인이 됐거나 노후를 맞은 장인들-목수.드잡이(무거운 것을 운반하는 기술자).기와 장.단청장등-이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리고 있다.
『강연회 같은 데서 불국사에 가본 사람 손 들어보라면 대부분들어요.그런데 불국사 경내 또는 건물 내부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이게 뭐냐고 물으면 손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건성으로 본거지요.그렇지만 뭘 교육하겠다 하는 그런 마음은 없어요.
독자들과 함께 절 구경을 하며 내가 아는 바를 설명하고 내가느낀 것을 고백도 하는 뭐 그런 책이지요.』이같은 뜻에 따라 이 책은 사물.목탁등 「산사의 소리」로 귀를 씻고 「산신각」「지장전」「약사전」「비로전」「나한전」「영산전 」「스님들이 사는 집」,조사전.사리탑등 「어른 스님들이 머무르는 곳」등으로 독자들을 안내한 다음 절집의 뒤안인 공양소(식당).해우소(解憂所.
화장실)등을 소개하고 있다.
도편수답게 절 내부를 구경하면서 간간이 건축적 기능을 설명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가령 목탁을 칠 때 법당 벽이 흙벽이면 목탁소리가 벽에 먹히지만 법당이 판벽(板壁)일 경우 법당 전체가 소리의 공명체가 돼 승려들의 정근(定根 )에도 도움을 주고 듣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申씨의 한옥건축論은명쾌하다.다 지은 집에 누가 무엇을 하려고 사느냐가 그 집의 위치.형태.재질을 일단 결정한다는 것이다.천년 세월을 견디도록튼튼하게 지어야함도 물론이다.조형미 는 필요불가결하지만 그 다음 문제다.절 구경도 그렇게 하라고 알려준다.
『고려시대 불상은 고려사람 얼굴이고,한국 절의 팔상전 부처는모두 한국인의 얼굴이지요.불교가 새로 한국의 문화를 만든 것이아니고 한국의 문화가 한국의 불교를 만든 것이지요.
그런걸 알면 대웅전과 산신각,선방 위치가 어떻게 다르고 모양이 왜 다른지 알게 됩니다.』 이 책의 사진은 민속학에 전문적식견을 가진 사진작가 김대벽씨가 「부처 얼굴을 조각으로 보지않고 불상을 만든 그 시대 사람들을 생각하며」찍었다.
申씨는 책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드잡이 김천석.대목장 이광규씨등 왕년의 장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따로 묶어 펴낼 생각이다.
현재 申씨는 충북 진천에서 보탑사(寶塔寺)를 창건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외부는 높이 43m의 탑 형태이고 내부는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는 3층구조로 짓고 있는 이 목탑은 통일신라 시대 황룡사 이래 첫 불탑 겸 불당으로 내년 완공되면 장관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李憲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