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선·총선 연패 “국민 뜻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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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9일 서울 사당5동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본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9일 밤 자신의 낙선이 확정되자 TV인터뷰에서 “어떤 선택이든지 국민의 선택은 옳다. 아프지만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들은 아직 민주당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다만 균형이 무너진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넉 달 만에 대선과 총선의 패배를 다 겪은 시련 때문인 듯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정 전 장관의 이번 서울 출마는 큰 모험이었다. 당내에선 그의 출마설이 나돌 때부터 대선 참패의 당사자가 곧바로 총선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있었다. 주변에서도 “고향인 전주면 몰라도 서울은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민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손학규-정동영 투 톱이 서울에 동반 출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정 전 장관은 “당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명분으로 동작을 출마를 강행했다.

그렇다고 당선 가능성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그가 동작을이란 예상 밖의 지역구를 고른 것은 지역 여론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실제로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달 14일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서 그는 당시 한나라당 공천자였던 이군현 의원에게 34.6% 대 33.5%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그 상태로 선거가 진행됐다면 그는 화려한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곧바로 정몽준이란 거물을 동작을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재기의 시나리오에는 금이 갔다.

측근들도 대부분 18대 국회 진입에 실패하면서 한때 당내 최대 계보였던 정동영계는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없지만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장기간 외국에 나가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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