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엇갈린 DJ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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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의원과 한화갑(69) 전 민주당 대표의 운명이 엇갈렸다. 박 전 의원은 DJ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당선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 당선자는 통합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DJ의 햇볕정책 계승 발전과 명예회복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인물론으로 표심을 파고 들며, 상대 후보의 물갈이론과 막판 후보 단일화를 통한 도전을 막아냈다.

그는 “능력과 비전으로 시민들의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 덕을 봤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기간에 김 전 대통령은 목포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직·간접 경로로 끊임없이 박 당선자를 지원했다. 부인 이희호 여사는 87세의 노구를 이끌고 세 차례나 목포에 와 지원 유세를 펼쳤다. 이 여사는 “박 후보는 남편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제 아들과 더불어 큰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햇볕정책에 앞장서고 대북 송금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박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없다면 우리 경제는 어렵다.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이어질 때 남북 간에 평화교류 협력이 이뤄지고,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무소속으로 광주 북갑에 도전한 한 전 대표는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강기정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한때 ‘리틀 DJ’로 불린 그는 별다른 연고가 없는 곳에 막판 등록했다. 당초 지역구였던 무안-신안은 김홍업 의원이 자리를 잡은 데다 과거 지역구였던 목포도 박지원 전 의원이 입지를 굳히는 바람에 공천 경쟁에도 나서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5·18 유공자임을 내세웠다. 5·18묘지가 있는 망월동이 광주 북갑 선거구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호남의 대표 정치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찾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광주에 내려와 한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나 주민 상당수는 한 후보의 출마에 명분이 없다고 여겼다. 결국 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개인 지명도에 의존해 선거운동을 펼쳤고, 40대 후배 정치인에게 참패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그의 정치 인생에 마지막 승부수였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전남 무안-신안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후보는 10일 새벽까지 개표한 결과 무소속 이윤석 후보와 근소한 표 차로 경합을 벌이는 상태에서 개표가 중지됐다. 신안군 가거도·만재도·태도의 투표함들이 풍랑 때문에 개표장으로 옮겨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선자는 10일 오후 개표가 재개된 뒤에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섬들은 김 후보가 유리한 지역으로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해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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