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표 경선 5파전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6일 오후 5시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술렁댔다.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낸 김문수 의원이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 측 중진 의원들이 탄핵 정국을 이유로 전당대회를 열지 말자는 쪽으로 세를 모으자 소장파가 합심해 金의원을 설득한 결과였다.

金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 이번에는 홍사덕 총무의 출마설이 흘러나왔다. 측근들은 "洪총무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6시쯤 지역구인 경기도 일산에 머물고 있던 洪총무는 대리인을 시켜 출마 서류를 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니 마느니 말 많았던 대표 경선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박진.권오을 의원 등을 합해 5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빅매치'로 불리는 홍사덕-박근혜 간 대결 구도가 성사돼 경선의 무게도 실리게 됐다.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23일 열린다. 지난달 22일 崔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겠다고 말한 지 꼭 한달 만이다.

잔치를 벌이기론 했지만 한나라당이 맞이한 정국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탄핵안 가결의 후폭풍은 당 구석구석을 위축시키고 있다. 수도권 후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기가 두렵다"며 지역활동을 중지하다시피 할 정도다.

대표 경선 성사 과정도 울퉁불퉁했다. 崔대표가 마음을 비우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5파전이 만들어지기까지 崔대표를 지지하는 왕당파 의원들과 이에 저항하는 소장파 의원들은 고비마다 갈등을 낳았다. 당내에선 洪총무의 뒤늦은 출마 결정에 박근혜 의원을 견제하려는 崔대표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세 대결은 치열할 전망이다.

당직자들은 "누가 대표가 되든 이번 전대는 당이 침체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60대의 洪총무를 제외하면 박근혜.김문수 의원은 50대, 박진.권오을 의원은 40대다. 이 때문에 세대교체형 지도부가 등장할지도 관심이다. 대표 경선은 촉박한 일정 때문에 전국 유세 없이 치른다.

대신 세 차례 방송토론 후 경선 전날인 22일의 여론조사 결과와 전대 당일 5000여명 안팎의 대의원 투표 결과를 50%씩 반영해 새 대표를 뽑는다. 이날 당 선관위는 당명을 바꾸려던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