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53 - 영부인(令夫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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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부인(令夫人)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비서형의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 조언형의 육영수, 정치적 동반자형의 이희호 여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무술 유단자 특채로 경찰에 투신한 그는 7년간 영부인 경호를 맡았다."

이처럼 '퍼스트 레이디'의 뜻으로만 '영부인'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영부인'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일반적인 말일 뿐 자체적으로 대통령의 아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혼인한 여자는 누구든지 '영부인'으로 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면 "자네 영부인께서는 안녕하신가?"라고 안부를 물을 수 있고, 모임에서 "이분은 김선생님의 영부인입니다" "홍부장님 영부인께서 오셨습니다"라고 소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글 첫머리의 두 예문이 제대로 뜻이 통하게 하려면 '영부인'을 '대통령 영부인' 또는 '대통령 부인'으로 고쳐야 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 영부인 라이사 여사가 참관한 제11차 모스크바 세계 언론인 대회 " "이 종각의 대종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를 비롯한 신도들의 시주로 주조된 것이다" 등은 '영부인'이 제대로 사용된 예다.

'영부인'의 영(令)자는 경칭을 나타내는 글자로 '남을 높여 그의 친족을 이를 때' 사용한다. 이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로는 영부인 외에 남의 딸을 높여 일컫는 영애(令愛), 아들을 높여 일컫는 영식(令息) 또는 영윤(令胤)이 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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