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서울 관악갑, 또 붙는 서울대 77학번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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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갑은 호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통합민주당 성향 후보의 당선 비율이 높았다. 한나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5대 때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이상현 의원이 당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한광옥(국민회의), 함운경(무소속) 후보가 함께 출마해 표가 갈리면서 신한국당이 덕을 본 경우다.

이 지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인구 구성이 급변하고 있다. 탄핵 바람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유기홍(통합민주당) 의원이 압승했다. 이번 총선에선 지역의 변화만큼 상황도 바뀌고 있다. 유 의원과 ‘리턴 매치’를 가지게 된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다. 2일 이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가 대체로 오차범위 내인 4∼9%포인트 정도 앞섰다.

하지만 판세에 대해선 양 후보가 서로 자신있다고 주장한다. 7일 서울대입구 전철역에서 만난 김 후보는 “바닥에 물길이 하나 흐르고 있다. 서동요같이 지역 민심을 보여주는 기운이 있다. 2번 낙선하며 꿋꿋이 버텨 주민의 믿음을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봉천역 인근에서 만난 유 후보 역시 “대선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쪽이던 민심이 당이 나뉘고는 분산됐는데 합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유 후보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김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찍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오 시장을 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들도 팽팽하게 맞섰다. 봉천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50대 남성은 “유기홍이 4년 연속 국회의원 잘했다고 상도 받고 해서 끌린다”고 말했다. 봉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달동네로 유명했던 봉천동이 재개발되면서 새로운 이들이 많이 들어왔다. 한나라당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두 후보는 1958년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77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옥살이를 한 경험도 나란히 갖고 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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