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노예” vs “서양의 노예” 중국 네티즌끼리 입씨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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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의 노예냐?”

티베트 사태를 두고 본토와 해외의 중국인들이 거친 용어까지 써 가면서 인터넷 설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서방 언론에 대해 중국내 네티즌들이 앞다퉈 비난하자, 해외의 일부 중국인이 이들 네티즌을 ‘중국 공산당의 노예(黨奴)’로 몰아붙였다. 그러자 중국 내 네티즌들이 이들을 ‘서양의 노예(洋奴)’라고 맞받아치면서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시작은 대표적 중국인 해외 인터넷 사이트 둬웨이(多維)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실린 ‘당의 노예냐, 서양의 노예냐’라는 글에서 비롯됐다. 이 글은 중국 내 네티즌들을 ‘당의 노예’라며 청나라 말기 무분별한 외세 배척 활동을 벌였던 의화단에 빗댔다. 심지어 문화혁명 시기 당과 국가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맹세했던 홍위병과 연관 지었다. 그러면서 “의화단의 맹목적인 충성이 나라를 망치고 백성에게 화를 미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양의 노예’에 대해선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 나섰던 개명한 사람들로 규정했다.

순식간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댓글 논쟁’이 벌어졌다. 한 중국 내 네티즌은 “서양 노예들이 중국에 제재를 가하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는 실망해 당의 입장에 섰다”는 격문류의 문장을 실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해외 중국인을 반체제 지식인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이 세계를 주름잡는 날이 곧 닥친다. 당신들 반체제는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글을 올렸다. 다른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중국 내 네티즌을 ‘한족의 노예(漢奴)’로 깎아내린 표현이 등장했다. 또 다른 블로그에서는 중국 내 네티즌들을 지칭한 ‘격분한 청년(憤靑)’이란 단어가 최대 유행어가 됐다.

중국 내 네티즌들은 미 방송인 CNN의 티베트 사태 관련 오보를 겨냥해 “사람이 되려면 CNN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불편한 심사를 표현했다. CNN이 상징하는 서방 언론을 ‘인간 쓰레기’쯤으로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해외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사람이 되려면 CC-TV(중국 관영 중앙방송)처럼 하면 안 된다”는 말로 반격했다.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사태 무력 진압을 염두에 두고 공산당을 중국 역대 왕조 중 가장 강성했던 당(唐) 왕조에 빗대 ‘대당왕조(大黨王朝)’라고 표현한 글도 있다. 티베트 사태가 국내외 중국인들 사이에 역사·문화 논쟁을 불러온 것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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