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타수째 무안타 … 이승엽 도대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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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미우리 이승엽(32)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5번타자로 내려온 뒤에도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없다. 심적 부담이 아닌 스윙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승엽은 6일 한신전까지 13타수 연속 무안타다. 지난해 5월 9일 한신전부터 13일 주니치전까지 22타석 연속 무안타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이승엽은 “배팅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왜 그럴까. 그의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다.

정상적일 때 그의 스윙은 당겨놓은 활시위처럼 근력을 뒤에 잡아놨다가 임팩트에서 폭발한다. 현재는 이 과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을 지도했던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부터 이승엽의 오른쪽 어깨가 빨리, 크게 열린다”고 지적했다. 상체가 공을 때릴 때 이동하지 못하고, 어깨가 미리 열려 투구의 스피드와 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인천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준비자세 때 배트를 높게 들며 바로 때려 스윙이 간결해졌다”고 분석했지만 최근 그립 높이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왼 엄지손가락 수술 뒤 타격 밸런스가 계속 무너지고 있다.

체중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이승엽은 겨우내 체중 100㎏을 만들어놓고 시즌 개막에 맞춰 3~4㎏ 정도를 빼왔다. 그러나 올해는 96㎏으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현재 92㎏까지 떨어졌다. 체중감량이 컨디션 조절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승엽이 약한 모습을 보이자 상대팀도 덫을 놓기 시작했다. 주니치는 1일 이승엽 타석 때 내야수들을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그의 당겨치기를 경계한 수비 형태다. 그러나 이승엽이 파워히팅을 못하자 2일부터 내야수들을 원래 위치로 되돌렸다. 수비 성공률을 높이려는 전술인데, 이승엽의 심리까지 건드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승엽은 4번 타자에서 물러난 뒤 구단 내부의 비판을 받았다. 다키하나 구단주는 “4, 5번에서 흐름이 멈춰버린다”며 중심타선의 무능을 비난했다. 덩달아 신이 난 상대는 교묘한 방법으로 그를 압박하고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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