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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日특파원 폴락 미국차 日탑승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팔을 비틀어 시장을 열긴 했으나 과연 미국차들이 일본시장을뚫고 들어갈수 있을까." 일본인의 말이 아니라 미국기자가 제기하고 있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앤드루 폴락 일본주재 특파원은 열흘간의 미제차 탑승기를 걸리버여행기에 비유하면서 미국차 자체가 일본시장 진출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다. 다음은 그요약 전형적인 미제 대형차인 캐딜락과 지프로 인기가 높은 익스플로러를 10일동안 운전하며 도쿄(東京)지역을 다녀 봤다.
캐딜락 콩쿠르를 몰고 백화점 주차장에 차를 넣으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주차장 직원이 한동안 차를 훑어보더니 팔을 내저었다.주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화가 나서 『미국차라서 주차금지냐』고 따졌더니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천만에요.당신 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주차거절을 당하고 돌아와 확인해 보니 주차용 빌딩에 차를 싣고 올라갈 엘리베이터의 폭보다 캐딜락의 차폭이 20㎝가량이나 더 크지 않은가.여기 말고도 열흘동안 여러차례 주차거절을 당해야 했고 주차를하더라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밖에도 일본의 좁은 상가 길에 들어서서는 다른 운전자들의 달갑잖은 눈총을 감수해야 했고 주택가 골목에서는 코너를 돌아 나오느라 애먹어야 했다.불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운전석이 일본차는 모두 오른편인데도 미국차는 왼편에 있는 것도 말썽이었다.
실제 운전하는데는 별 문제를 못느꼈다.
그러나 톨게이트나 주차장의 요금 티켓을 주고 받을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문을 열고 내리거나 옆자리로 옮겨가 잽싸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운전석 앞에 동전꽂이가 설치되어 있었다.그러나 그것 역시 미국 동전규격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일본에서 사용하는 5백엔짜리 동전은 꽂을 수가 없었다.
일본 자동차시장의 80%가 2천㏄ 이하의 소형차들인데도 미국이 수출하고 있는 차는 모두 이보다 큰 차들이다.
크라이슬러의 니온이나 GM의 새턴 같은 차가 제격인데 큰차들만 팔고 있다.
차값이나 기름값도 문제였다.캐딜락 콩쿠르의 경우 7만8천달러로 렉서스LS400보다 비싸다.기름 탱크를 한번 가득 채우는데1백18달러가 들었다.
아무튼 내가 만난 일본인들은 대부분 미제차를 살 의사가 없다는 반응들이었다.일본차 아니면 유럽차를 사겠다는 것이었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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