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자발급 대폭줄여 출국못해 피해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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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4일 오전4시 서울종로구 美대사관앞.
오전8시30분부터 시작되는 비자 발급신청을 위해 모기향을 피운채 신문지와 돗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컵라면을 먹으며 자기자리를 혹시나 뺏길까 두리번거리는등 2백여명이 장사진을 이루고있다. 이들은 접수 개시시간이 다가오자 대사관 담장을 끼고 3백m정도 줄을 서「새치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자체적으로 정한 순번을 차례로 외치는 등 시장골목을 연상케했다.
「당일조」와 전일 신청을 못한「미접수조」간에 우선순위를 놓고심심찮게 다툼이 벌어져 인근파출소 직원들이 나서 중재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이틈에 일부 여행사 직원들이『내일 인터뷰를 받을 수 있는 무기명 스티커는 50만원,3일후는 30만원,1주일후는 10만원』이라며 대기자들과 흥정을 벌인다.
지난 6월「미국비자 부정 발급파동」이후 美대사관측이 비자 발급조건을 대폭 강화한데다 여행사별로 배당된 무면담 비자발급마저크게 제한,비자 발급지연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이 때문에국가적 자존심이 훼손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교수.회사원.유학생등 미국행 예정자들의 국제회의 참석이 펑크나고출장및 계약 취소.학사 일정차질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당초 美대사관은 여행사보증제(TARP)에 의거,하루 3천6백개의 비자를 1백20개 여행사를 통해 무면담 출국자격자들에게 발급해주었으나 부정발급파동 직후 이를 1일 4백여개로 크게 줄였다.이로 인해 개인적으로 비자를 신청해야하는 사 람들이 급증,6개월전까지도 1주일 정도 소요되던 비자발급 기한이 평균 1개월 이상 걸리고 당일 받을수 있던 비자면담 신청접수증조차 이틀정도 걸리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美동부 유명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金모(24)씨의 경우5년짜리 비자가 만료돼 지난달 방학을 틈타 비자경신하러 귀국,이달초 비자신청을 했으나「미국에 계속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이유로 거부하면서 3개월내 비자를 재신청하지 못하도록 여권에다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결국 金씨는 오는 8월20일 개강일에 맞춰 출국할 수 없게 됐다. A그룹 해외업무 부서에 근무하는 方모(33)부장은『지난5일부터 이틀밤을 꼬박 샌 끝에 비자신청서류를 접수하고 24일인터뷰를 했다』며『비자가 나온다해도 8월2일 미국에서 만나기로한 외국바이어와의 약속을 모두 재조정할 수밖에 없 다』고 말했다. 美대사관 공보원 최성완(崔聖宛)씨는『6월 이후 한동안 중단했던 여행사보증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등 비자신청과 관련한 별다른 제한조치는 없다』며『다만 매년비자신청 건수가 급증,비자업무인력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인 해 구체적인 확충계획은 아직 마련 못했다』고 밝혔다.
〈表載容.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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