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외국어 한글표기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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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외국어 홍수다.TV나 신문에서도 외국어사용을 주저하지 않는 기색이다.「패션」은 금방 알아 듣겠는데 「사이버펑크」라든가 「셀프태닝」은 아무래도 낯설다.「브리티시 오픈」(골프)은 그렇다 치더라도 「드라마틱한 드 라마」나 「리얼리티를 살린 논픽션」은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중에도 바람직한 현상은 원음(原音)대로 표기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점이다.「대만(臺灣)」은 아직도 「대만」이지만 「캘리포니아」를 「가주(加州)」로 「프랑스」를 「불란서」로 쓰는경우는 흔치 않다.과거에 「크라식(classic )」이라고 쓰던 것을 「클래식」으로 표기하면 「L」에 더 가까운 소리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그렇다면 「CIELO」라는 차 이름은 「씨에로」보다는 「씨엘로」로 표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Opera」는 「아프라」가 아니라 「오페라」로 해도 괜찮지만 「S」를 「시옷」으로 표기하는 것은 좀 곤란하다.영어에는 한글의 「시옷」에 해당하는 소리가 없기 때문에 「S」는 「쌍시옷」으로 표기해야 한다.
「Sports」는 「스포츠」가 아니라 「쓰포츠」로,「서비스」는 「써비쓰」로 표기해야 맞다.거꾸로 「쌍용(雙龍)투자증권(株)」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SSANGYONG」이 아니라 「SANGYONG」로 표기해도 영어를 아는 사 람은 누구나첫자를 「쌍」으로 읽을 것이다.웹스터 사전에 「SS」로 시작하는 단어는 단 하나도 없다.한편 「Super(수퍼)」를 「슈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그러나 「Shoes(신)」는 「슈즈」로 써야 맞다.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소리들도 있다.「Fighting」은 「파이팅」도 아니고 「화이팅」도 아니기 때문에 「파이팅」으로 쓰되 「피읖」위에다 점이나 동그라미를 붙이면 어떨까.미국에서 「보우트」라고 아무리 반복해봐야 「Boat(배)」 로 듣지 「Vote(투표)」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야구의 3루는 「더드 베이스」 또는 「서드 베이스」중 어느 것이 바른 표기인가.「레저용품을 렌트한다」고 할 때 앞의 「레」는 「L」이고 뒤의 「렌」은 「R」소린데 둘다 ■글의 「리을 」과는 다르다.Z와 G도 분명히 다른데 한글에는 「지읒」하나 뿐이다.
기왕에 세계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면 어정쩡하게 하지말고 확실히 하자.「작은 것에 성실한 사람이 큰것을 맡는다」고 했다.
權成哲〈本社전문위원.經營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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