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홈뉴패밀리>7.아이 돌보기도 품앗이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과거 농촌에서 상부상조 형태로 노동력을 교환하며 일을 덜어주던 고유의 풍속 「품앗이」.처지가 서로 비슷한 소집단끼리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힘든 일을 나누고 땀을 흘리는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미풍양속의 하나다.
전통적 품앗이 개념과는 차이가 나지만 30~40대 주부들 사이에 자녀들을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보살펴주는 현대적 개념의 「아이 돌보기 품앗이」라는 새 풍속도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동네 주부들이나 또는 동창생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부부동반 외출을 하거나 단체모임을 할 때 순번대로 한 주부가 모든 아이를 맡아 돌봐주고 나머지 주부들은 아이 부담없이 즐기는 新문화다. 네살.두살된 두 딸을 둔 文모(33.여.서울도봉구방학동)씨와 네살배기 아들을 둔 姜모(34.여.서울도봉구방학동)씨는 전업주부.이들은 올해 들어서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개구쟁이 아이들을 떼놓고 돌아가면서 평일 저녁의 부부데이트 를 즐길수 있게 됐다.
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흘리개 아이들 뒷바라지에 여가를 즐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신세였다.
하지만 姜씨가 올 1월에 방학동으로 이사오면서 두 주부는 아이돌봐주기 품앗이를 결성,한달에 한번씩 평일을 택해 가사일에서해방돼 저녁에 부부동반 영화를 보거나 다른 모임에 나가기로 하고 아이는 번갈아 맡아주기로 의견일치를 본 것.
『처음에는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떨어져 남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치 못해 울기도 많이 했지만 차차친구도 사귀고 아저씨.아줌마와 친숙해지면서 사회성이 발달하는 것 같아요.』(文씨) 『아들을 친구집에 맡겨놓고 오랜만에 남편과 둘이서만 외출을 하니 연애시절 기분이 나서 좋더라구요.』(姜씨) 『아이 때문에 꼼짝할 수 없다』며 여가시간을 갖지 못하는 주부들끼리 상부상조로 생활의 여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부 이현숙(李賢淑.40.서울강남구논현동)씨는 아예 친구들을위해 품앗이를 도맡아 나섰다.
집근처에 유명극장이 여럿 있어 시간대에 구애받지 말고 아이들을 자신에게 맡기고 영화감상을 즐기게 하려는 배려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은 두딸(국교 5,2년)이 커서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도 부부끼리 외출이 가능하지만 李씨 역시 4~5년전까지만해도 집에서 꼼짝 못했던 신세.이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친구와 함께 아이돌봐주기 품앗이를 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큰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덕분에 李씨의 친구들은 부부간의 호젓한 시간을 즐기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떼 놓고 부부끼리만 시간을 갖지 말고 품앗이를 하는 집안이 모두 함께하는 가족모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 도현심(都賢心.36)교수는 『아이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어차피 부모와 함께 외출을 하거나 모임을갖는 것을 꺼려하게 마련』이라면서 『전체가족모임을 통해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와 가족간의 예절을 배우는 것도 필요 하다』고 말했다. 〈金鍾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