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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거물 배출한 초등교 통폐합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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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LG·효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창업주들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한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가 또 다시 통·폐합 위기에 놓였다.

이번 통·폐합 위기는 동창회가 다른 곳에서 전학 온 학생들에게 2000년 9월부터 매달 30만원씩 지급하던 장학금이 지난해부터 바닥나면서 빚어졌다. 다른 곳에서 오는 학생들은 없고 전학 가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생수가 학교의 통폐합을 검토할 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 학교는 1999년 재학생이 43명으로 줄어 통·폐합 위기에 몰리자 동문들이 재학생 수를 늘리려고 4305만원의 기금을 모아 전학오는 학생들에게 매달 30만원씩 지급해왔다. 당시 총동창회장이었던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1억 원을 들여 체육관을 지어 기증하기도 했다.

동창회가 장학금을 지급하자 대구·진주 등에서 17명의 학생이 유학을 오면서 한때 학교가 활기를 찾았다. 동창회는 방과후 강좌로 컴퓨터, 풍물, 붓글씨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학생들로부터 매달 2만원만 받고 모자라는 비용은 동창회가 부담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10명의 학생이 졸업하고 하동, 마산 등으로 6명이 전학을 갔으나 2명만 입학했다.

지난해 51명이던 학생은 37명으로 줄어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폐합 대상 기준으로 정한 60명 이하에 포함된 것이다. 현재 1학년 2명, 2학년 7명, 3학년 2명, 4학년 6명, 5학년 9명, 6학년 11명이 다니고 있다.

진주교육청은 지수초등과 2㎞쯤 떨어져 있고 같은 면내에 있는 진주시 지수면 송정초등학교(재학생 40명)와 2008년까지 통·폐합시키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학부모, 동문회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지수초등학교 동창회는 교명변경을 놓고 반대하고 있다.

1921년 개교한 지수초등학교는 이병철 삼성그룹, 구인회 LG그룹,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등을 배출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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