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 뛰자 금·곡물 펀드만 콧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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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 증시 급락에 환율까지 요동쳐 환 헤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원화 값이 떨어져 달러·엔·위안 등 외국 돈으로 평가하는 자산에 투자한 펀드가 환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해외펀드가 투자시점에 환 헤지를 하는 바람에 환차익을 얻은 펀드는 소수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펀드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론 환차익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장기 분산투자에는 환 헤지가 수익률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브릭스(BRICs)의 분화=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외펀드의 화두는 브릭스였다.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 4개국에 나눠 투자한 펀드는 경이적인 수익률로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브릭스도 분화했다. 중국·인도는 부진한 반면 자원 부국 브라질·러시아는 선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의 ‘대장’이었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2’가 3개월간 -31.6%의 수익률을 냈다. 인도·아시아 신흥국 주식에 투자한 펀드도 20%가 넘는 원금 손실을 냈다. 순자산 100억원 이상 해외 주식형 347개 가운데 수익률 하위 20%는 죄다 중국·친디아 펀드였다.

반면 지난해 10월 출시된 ‘KB브라질주식형자Class-A’가 수익률 10위를 기록하는 등 브라질 펀드는 건재했다. 1분기 수익률도 남미 신흥국 -3.9%, 유럽 신흥국 -12.9%로 전체 해외주식형 수익률 -18.6%보다 나았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수익률 ‘독립 선언’을 하자 자산운용사도 재빨리 브릭스에서 중국과 인도를 뺀 펀드를 쏟아냈다. ‘러브(러시아·브라질)’ 펀드(NH-CA자산운용·SH자산운용)와 ‘브러시아’ 펀드(도이치투신운용)가 대표적이다.

◇쏟아진 새 펀드=연초 기대를 모은 중국·인도 펀드가 부진하자 자산운용사는 대안 시장 찾기에 앞다퉈 나섰다. 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에 이어 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유럽에 투자하는 프론티어마켓 펀드도 나왔다. 이 시장은 국제 금융시장과 연관이 약해 세계 증시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풍부한 천연자원 덕에 원자재값 급등의 혜택도 입어 펀드 성적도 신인치고는 괜찮았다. ‘피델리티EMEA종류형주식-자A’는 1분기 수익률 -2.9%로 10위권에 바짝 다가섰다. ‘한화카자흐스탄주식1(A)’도 -3.2%로 선전했다. 금이나 농산물 관련 지수·주식에 투자한 펀드도 성적이 좋았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idity인덱스파생상품1’이 13%로 수위를 차지하는 등 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해외펀드 중 9개가 원자재 관련 펀드였다.

하지만 원자재나 프론티어마켓 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아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급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원자재나 프론티어 마켓 펀드는 대안 펀드인 만큼 분산투자 차원에서 전체 자산의 15% 정도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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