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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엄지춤에 버스서 노래 메들리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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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2일 오후 5시쯤 경남 김해로 향하는 통합민주당 희망유세단 버스. 조용하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커다란 노랫소리가 들렸다. ‘광야에서’를 부른 주인공은 강금실 민주당 선대위원장. “오랜만에 노래 불렀더니 쑥스럽네”라고 한마디하더니 군가 ‘전우여 잘 자라’, 응원가 ‘힘내라 힘’ 등 곡명을 바꿔 노래 행진을 계속했다.

낙제 성적표를 미리 받고 시험을 치르는 것 같은 암담한 상황이지만 강 위원장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1일 첫 지방 유세로 부모님 고향인 제주를 찾을 때만 해도 사람들 앞에서 쑥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그는 날이 갈수록 유세에 빠져드는 듯했다.

살풀이·승무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2일 부산 유세부터 슬슬 몸 동작이 커졌다. 결정적으로 자신감이 표출되기 시작한 건 김해를 방문한 직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 때문인지 이곳에서 강 위원장은 환대를 받았다.

장유코아 앞 상가에서 유세할 땐 한 여학생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왔고 상가 2층 미용실에서도 한 여성이 “장관님, 올라오세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분위기 덕인지 다음 유세를 위해 이동하는 버스에서 즉석 맥주 파티가 열렸다. 그는 버스에서 “너무 흔들었나?” 하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일정을 시작한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을 따라가며 인사를 했다. 경기도 성남에선 선거운동에 몰두하느라 빨간 불인 줄 모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화들짝 놀라는 순간도 목격됐다. 유세차에 올라가 3∼4분간 무릎을 굽혔다 펴고 어깨를 흔드는 춤을 추며 노래를 몇 소절 따라 불렀다.

4일 서울 삼성역에서 출근 인사를 할 때는 악수를 거부하는 젊은 여성을 끝까지 따라가 손을 잡는 근성을 보였다. 서울대로 이동하기 위해 삼성역에서 전철을 기다릴 땐 스크린도어에 얼굴을 비춰 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5일엔 서울역에 나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시민을 만났다.

강 위원장의 무기는 춤과 스킨십. 수시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엄지춤’을 추며 시민을 만났다. 여학생들과 휴대전화 사진을 함께 찍는가 하면 주부들과 포옹하며 골목을 다녔다. 경기도 시흥에선 시민이 휴대전화 사진을 함께 찍자며 손가락으로 ‘V’자(기호 2번인 한나라당이 즐겨 취하는 포즈)를 그리자 즉석에서 엄지를 들어올리도록 교정해 줬다. 그는 시장에서 김밥·계란·풀빵·샌드위치 등을 열심히 샀다. 강 위원장은 “시간이 없어 이동 중에 조금씩 자주 먹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선거 현장에서 민주당에 대한 냉담한 시선은 여전했다. 부산 구포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김정임(47·여)씨는 “도로열린우리당이라고 하던데 민주당이 참여정부 때와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견제론을 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시흥에서 만난 연정길(36)씨는 “한나라당이 너무 문제가 많고 다른 당을 무시하는 것 같아 거만해 보인다. 야당이 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유세 도중 한 인터뷰에서 “당 지지도가 받쳐주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을 감당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강행군을 하는데도 목이 괜찮은 것 같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는데 한번도 목이 쉰 적이 없다. 평소 전통춤을 추는데, 복식호흡하는 것이 비결이지 않은가 싶다.”

-민심이 어떤 것 같은가.
“서울시장 선거나 대선에 비해 마음을 열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우리 국민은 느낌 표현에 솔직해 냉대할 때는 진짜로 냉대한다. 눈도 안 마주치고 악수도 안 하고.”

-백의종군을 선택했는데.
“원래는 당에도 들어올 마음이 없었다. 손학규 대표에게 설득돼 당에 들어왔을 당시는 총선까지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그런 비상상황이었다. 들어올 때부터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를 지원하는 것이 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지역구 출마는 왜 안 했나.
“나는 지역구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내 역량으로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총선 후 거취는.
“선거 중 거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총선이 끝나면 지하철 여행을 해보려고 한다. 4호선 끝에서 끝까지. 중간에 내려서 밥도 먹고. 그러다가 다시 여행하고. 버스 여행도 괜찮겠다.”

이종찬 기자. 김기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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