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타까운 실종자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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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풍 붕괴사고의 잔해제거.시신발굴작업이 마무리됐는데도 많은 사람이 실종상태로 계속 남아있어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을 제외하고도 1백명 정도가 아직 실종상태라고 한다.여기에 부분적으로 수습된 유골들을 모두 한명씩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50여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니 참으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사고후 현장주변을 맴돌며 20여일이나 애타게 구조작업을지켜보다 시신조차 못찾은 실종자가족들의 비탄과 억울함,실망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얼마나 답답했으면 난지도 쓰레기하치장에서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를 가족들이 직접 파헤치고 다니겠는가. 흉물스럽게 변한 철근콘크리트 더미 아래에 깔린채 신음하는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아내,귀여운 아들.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수십일씩 기다리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시일이지나면서 삶에 대한 기대를 차츰 포기하는 과정은 얼마나 힘들었겠으며,시신이나마 덜 다치도록 기도하는 마음은 또 오죽했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시신의 형체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로 그들을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당국은 장비와 인력.경비를 아끼지 말고 유전자감식등 사망자의신원확인작업에 온힘을 기울여 정확한 신원을 최단시간내에 가족들에게 확인해주도록 해야 한다.한편으로는 몇번씩 현장을 뒤지더라도 끝까지 실종자수색을 중단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그것이 이 시점에 실종자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이같은 무더기 실종은 쉽게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있다.삼풍사고는 대규모 폭발사고와는 거리가 멀어 수십명이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증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도심 한복판의 건물붕괴인 만큼 사망자를 빼돌렸을리도 만무하다.
대책본부가 신고된 실종자에 대한 정밀 조사를 경찰에 의뢰한 결과 벌써 몇명이 사고와 관계없는 실종자이거나 보상금등을 노린허위신고로 밝혀졌다고 한다.참으로 염치없고 뻔뻔스런 사람들이다.철저히 조사해 그 규모나 목적등을 밝혀내고,응 분의 처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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