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 유혹하는 블루칩 산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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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34면

‘중국 신흥 부호들을 잡아라.’
글로벌 카지노업체들이 ‘도박세계의 신대륙’인 동아시아로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유럽시장의 대안을 찾아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세금 수입 등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이미 세계 카지노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선 가운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캄보디아까지 후발 주자로 가세하고 있다.

동아시아 카지노 전쟁

골드먼 삭스는 세계 카지노 업계가 올해부터 5년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 총 710억 달러(약 70조원)를 쏟아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지노 산업의 메카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네바다주에 같은 기간 투자될 200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 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세계의 카지노 투자는 중국 부자들이 비행기로 2~3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에는 한반도에서 인도까지 긴 카지노 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중국은 마카오를 제외하고는 본토에 카지노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부호들은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103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한 해 전보다 47%나 늘어났다. 이에 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업체들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68억3000만 달러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마카오의 앞지르기는 2006년 시작됐다. 외국 자본에 카지노 신설을 허용한 지 5년 만이었다. 전문가들은 라스베이거스가 마카오를 다시 누르기 위해 시설을 확충하는 등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재역전은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 정부는 2006년 미국계 카지노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에 처음으로 카지노를 지을 수 있는 면허를 줬다. 1963년 독립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돼온 금욕주의적인 규제를 푼 것이다. 이에 앞서 태국도 2004년 카지노 규제를 풀었다. 두 나라는 말레이시아의 성공에 자극받았다.

말레이시아는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힘든 고원지대에 카지노를 개설해 첫해인 2004년에만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추가로 유치했다.
카지노 전쟁이 뜨거워지자 1908년 이후 카지노를 금지하고 있는 일본까지 카지노 합법화를 타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세수가 줄어들자 카지노의 경제성을 주목한 것이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카지노산업 육성을 창조적 발전 전략 중 하나로 채택했다. 고소득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VIP 고객 유치에 있어 국내 카지노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은 시설과 운영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카오나 말레이시아의 카지노가 숙박·문화·레포츠·쇼핑·관광 등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복합단지로 조성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투자증권 남옥진 선임 연구원은 “중국 부자들이 많이 사는 베이징 등에서 한국이 마카오보다 접근하기 쉽다”며 “국내 카지노를 제대로 육성하면 중국인 관광객을 충분히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은 한국인이 지난해 외국 카지노에서 쓴 돈을 1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카지노의 매출은

게임을 위해 고객이 칩을 산 금액에서 칩을 다시 돈으로 바꿔간 환전액을 뺀 금액이 매출로 잡힌다. 결국 고객이 게임을 통해 잃고 간 돈인 셈이다. 여기서 인건비와 시설투자비 등 제반 비용을 빼면 순익이 된다. 2006년 현재 세계 카지노시장의 매출 규모는 1016억 달러(약 100조원)며, 이 중 아시아 비중은 10%다. 세계 카지노 시장은 연평균 7%씩 성장하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 성장률은 16%로 두 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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