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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꽃의 한류’를 꿈꿔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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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16면

2006 고양 국제꽃박람회 모습

4월에 접어들면 전국 곳곳에서 ‘꽃 전쟁’이 벌어진다. 꽃이 망울을 터뜨리며 만발하기 시작하는 이때, 각 지방자치단체의 꽃 박람회·축제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전시 행사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려는 이벤트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화훼+관광’으로 지역경제 살리는 국내 플라워 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 전시회로 불리는 한국고양꽃전시회. 고양시 주최로 3년마다 국제 꽃박람회를 열고 다른 두 해는 국내 규모의 전시회를 연다. 국내 박람회가 열리는 올해는 24일부터 15일간 열린다. 호수공원 주변 야외 1만100㎡와 바로 옆 고양꽃전시관 3670㎡에서 모두 500종 50만 본(本)의 화훼류가 전시된다.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의 ‘비장의 무기’로 숭례문 꽃 모자이크를 꼽고 있다. 최영선(28·여) 홍보담당은 “모자이크 컬처 경진대회에 지난 2월 불타버린 숭례문을 가로 6m, 세로 5m 규모의 꽃 모자이크로 형상화한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6년 고양국제꽃박람회 당시 후크 선장을 형상화한 작품 등으로 관람객의 사랑을 받았던 모자이크 컬처는 지난해부터 경진대회 방식으로 출품작을 공모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한반도를 꽃으로 형상화한 김혜숙(44·여)씨의 ‘비전·도약·영광’이 농림부 장관상을, ‘흙’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남형석(39)씨의 ‘향수’가 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지난해 관람객은 16만여 명. 국내 전시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만·독일·미국 등 5개국에서 8개 업체가 참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독일 등 10개국 바이어가 고양시를 찾았다. 전시회 기간 중 체결된 수출입 계약은 228만4000달러(22억원 상당)에 달했다. 올해는 일본·독일·싱가포르·중국 등 6개국에서 10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2006년의 경우 70억원을 투자해 69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등 높은 부가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음식점 등의 수입 증가를 통해 그만큼 지역 경제가 좋아졌다는 뜻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 우지환 운영본부장은 “관람객들이 꽃꽂이와 화분 만들기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꽃 소비도 촉진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열린 ‘광주봄꽃박람회’에는 한·중·일 3개국에서 98개 업체가 참가했다. 3억5000만원가량의 수출 계약도 이끌어냈다. 지난해 제1회 대회 이래 지금까지 17만 명이 다녀갔다. 박람회 운영을 맡았던 김병국 김대중컨벤션센터 홍보총무팀 과장은 “광주봄꽃박람회는 전국에서 실내 봄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행사”라며 “관람객들은 15개의 테마공원을 통해 다양한 꽃 문화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박람회의 총생산 유발액은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비용(3억9000만원)의 25배나 되는 지역 경제 부양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지방 중소도시들도 꽃 축제를 개최한다. 4, 5월 두 달에만 전국 각지에서 30여 개의 꽃 축제가 열린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에서는 13일까지 진해 군항제가 열린다. 헌병대 퍼레이드, 충무공 승전 행차 등의 행사가 있다. 해군사관학교도 군항제 기간 중 학교를 개방한다. 단양 소백산 철쭉제, 목포 유달산 꽃 봄맞이 축제, 강화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가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내년 5월에는 안면도에서 국제꽃박람회가 열린다. 충남 태안군 꽃지해수욕장 45만㎡, 수목원 34만㎡ 등 총 79만㎡의 부지에서 열리는 이 박람회에는 21개국 77개 업체가 참가한다. 안면도에 꽃박람회가 열리는 것은 2002년 이후 7년 만이다. 주최 측은 내년 꽃박람회를 통해 1549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날 것으로 집계했다. 민준기 안면도국제꽃박람회 행정처장은 “태안 기름유출 사건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와 화훼 농업, 관광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꽃 관련 행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홍균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한국 대표는 “꽃 생산에만 치중하면 화훼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박람회나 축제를 통해 화훼농업은 물론 수출, 관광산업까지 동시에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박람회 측은 박람회의 성과를 수출로 연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양국제꽃박람회 조직위 측은 고양시가 전 세계 판매량의 70%를 조달하고 있는 ‘비모란 선인장’을 비롯해 중국 등에서 인기 있는 심비디움 난(2007년 판매액 17억원) 등의 수출을 촉진해나갈 방침이다. 광주봄꽃박람회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수출을 추진 중이다.

건국대 김두환(분자생명공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박람회에서 외국산 꽃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바이어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내에서 개발한 품종을 적극적으로 출품한다면 수출·관광은 물론이고 우리 꽃 문화를 외국인에게 전하는 ‘꽃의 한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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