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통위 회의 금리인하 신호탄 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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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14면

금리인하 문제를 놓고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과 정부(기획재정부) 간의 신경전이 뜨겁다. 한은은 아직 내릴 때가 아니며 어디까지나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니 가만히 좀 있어 달라고 한다. 반면 정부는 우리도 입장을 밝힐 자격이 있으며 지금 그렇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한은은 물가 걱정을, 정부는 경기 걱정을 앞세운다.

이달 금통위 회의가 10일 열린다. 이번에도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억제 목표치(3.5%)를 훌쩍 넘어선 3.9%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 쏠리는 시장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당장 내리진 않더라도 머지않아 내리기 시작할 것이란 정책 변화의 시그널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의 하강조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는 지표상 상대적으로 견실한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각종 지표들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한은도 올 1분기 중 경기가 피크를 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국제 원자재값의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또 하나는 국내외 금리차가 벌어져도 너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9∼3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3월 비농업 취업자수가 다시 8만 명이나 줄어든 탓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까지 떨어져 국내 기준금리(5%)와의 격차가 3∼3.25%포인트로 커진다.

이번 금통위 회의를 끝으로 7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바뀌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내정된 3명의 면면을 보면 금리인하론을 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통위 의장인 이성태 한은 총재로선 어차피 내릴 금리라면 앞서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경기부양에 애를 태우는 청와대에 성의표시도 하는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주
2일 미 2월 공장주문 1.3% 감소=월가 예상치( 0.7% 감소)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제조업 침체 우려를 증폭
4일 미 3월 취업자수 8만 명 감소=1, 2월에도 각각 7만6000명 줄어든 것으로 통계치가 수정돼 1분기 중 총 23만2000개의 일자리가 감소

▶이번 주
7일 통계청, 소비자전망조사 발표
10일 영란은행·유럽중앙은행(ECB) 기준금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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