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로 달려가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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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김춘환 신한 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 달에 2~3번씩 리비아를 찾기 때문이다. 한 번 나가면 보통 일주일가량 머무른다. “한국에서 자는 시간보다 리비아에서 자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는 김 회장은 “올해가 신한의 두 번째 도약기”라고 말했다.

투자 포인트

□ 해외 수주액 올해부터 본격 매출 발생
□ 올해 예상 매출액(7500억원)은 전년 대비 15배 이상 증가 예상
□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 신사업 확장
□ 아파트 사업 침체 예견, 미리 손 떼

1968년 설립된 신한(종목코드:00 5450, www.seco.co.kr)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중견 건설업체다. 처음에는 대우건설의 자회사로 시작했다. 1972년 싱가포르 정유공장 건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해외 플랜트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다.

1980년대부터 국내외 주택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2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미지엔’이라는 브랜드가 바로 신한의 ‘작품’들이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 시공능력평가(토건부문)에서 2243억원을 기록, 토건부문 93위에 올랐다.

주식시장에 발을 디딘 게 1978년 9월이니 올해로 상장 30주년이다. 기업공개 당시 신한의 주가는 1만1700원. 한때 주가가 20만원대(93년)까지 오르기도 했다. 호황이었다. 하지만 IMF 한파를 이기지 못해 1999년부터 회사정리절차를 밟아야 했다. 20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도 회사정리절차 바로 직전에 9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신한은 이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김 회장이 말하는 ‘두 번째 도약’ 중 첫 번째는 2001년이다. 당시 법정관리에 놓여 있던 신한에 새 주인이 생겼던 것이다. 에스앤드케이월드코리아를 경영하던 김 회장이 신한을 680억원에 인수한 것. 현재 에스앤드케이월드코리아는 신한의 대주주(66.17%)다.

김 회장은 “중동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30년 이상 쌓아온 신한의 명성을 봤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인수 후 김 회장은 신한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리고 에스앤드케이월드코리아를 같이 경영해온 조경선 대표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조 부회장은 취임 후 잔뜩 쌓여있던 과제 해결부터 손을 댔다. 대표적인 예가 경원선 복선 전철 2공구 공사. 1997년부터 시작된 이 공사는 한때 중단됐지만 그의 노력으로 2006년 12월에 끝을 볼 수 있었다. 조 부회장은 경원선 복선 전철 공사를 계기로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망가졌던 주가가 조금씩 회복됐다. ‘조금씩’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법정관리라는 주홍글씨가 계속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7년 6월 5일 주가가 1만원을 돌파했다. 이후로 신한의 주가는 3만1000원(2007년 10월 26일)까지 올라갔다. 체결을 앞둔 리비아 공사 수주 계약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신한은 2007년 9월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시 주택 5000가구와 편의시설 건물공사(공사규모 4억4000만 달러), 10월 리비아 질리튼 지역 토목공사(공사규모 4억7000만 달러), 11월 리비아 쿰스 지역 토목공사(공사규모 1억4000만 달러), 12월 리비아 자위아시 아파트 5000가구와 도시기반 시설공사(공사규모 8억800만 달러) 건을 연이어 체결했다.

리비아 트리폴리시 공사는 도심 재개발, 자위아시 도시기반 시설공사는 신도시 건립공사다. 설계와 토목, 시공을 전부 신한이 한다. 모두 기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리비아를 제 집 드나들 듯이 왔다 갔다한 결과”라며 “이들 공사를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거듭나는 건설회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계약을 바탕으로 신한은 지난해 해외 수주액 1조7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목표 수주액은 2조원이다.

한편 신한은 국내에서 천안 민자역사를 짓고 있다. 2012년 준공이 목표인 이 공사는 5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또 전라남도 목포시에 해양복합수산단지 조성(사업비 300억원)을 계획 중이다.

아파트 신축은 2006년부터 손을 뗐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를 예견했던 것이다. 김 회장은 “주택 건립은 리스크가 크다”면서 “한동안 건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신한의 매출목표는 7500억원(영업이익 59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483억원(영업이익 12억원)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뛴 수치다.

김 회장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올 상반기에만 체결 추진 중인 해외 계약이 4건이나 되고 리비아 외에 다른 아프리카, 다른 중동국가에도 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 규모 확장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신사업 분야 진출을 올해 안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최남영 기자

애널리스트 분석

올해 외형과 순익 급성장할 듯

2007년부터 시작된 건설시장 침체로 중소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으나 미분양 12만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한은 이 미분양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2006년 이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국내주택사업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신한에 2008년은 본격 성장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후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리비아에서의 수주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2위의 석유보유국으로서 확인된 매장량만 360억 배럴에 달하는 리비아는 2004년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비아는 오랫동안 진행된 서방경제와의 단절로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

이를 위해 2011년까지 주택, 도로 건설 같은 각종 인프라에 총 400억 달러(주택 건설에 1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신한이 추진하는 사업은 리비아 정부 국민 주택사업의 일환이어서 선수금 수령이다. 이는 초기 자금부담 없이 안정적인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올해 들어 1266억원을 선수금으로 수령했다.

최근까지 리비아발 수주물량은 1조7000억원. 매출이 가파르게 뛸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3년부터 추진했던 천안 국철역 민자역사 사업도 본격적으로 착공,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택경기와 무관하게 신한의 외형과 이익은 급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이 발표한 올해 예상 목표를 일부 반영한 2008년 실적 대비 PER은 3.7배 수준이다.

최근 주식시장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올해에는 외형과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주택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박형진 키움증권 건설 담당·hjpark2@kiwo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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