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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안정환, 자신을 버린 수원에 설욕 별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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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정환(32·부산 아이파크·사진)은 칼을 갈며 오늘을 기다렸다.

부산은 5일 오후 7시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수원 삼성을 불러들여 K-리그 4라운드를 벌인다. 3개 케이블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할 만큼 관심을 끄는 빅 매치다. 초점은 안정환과 수원의 악연에 맞춰져 있다.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소속 팀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안정환은 지난해 수원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수원에서의 1년은 치욕의 세월이었다.

‘스타 군단’ 수원에서 안정환은 좀처럼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25경기에 출전했지만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빈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다섯 번의 풀타임 출전도 정규리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컵대회였다. 안정환은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기용 방식에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FC 서울과의 2군 경기에 출전했다가 “2군에서 뛰어도 출전수당은 챙기느냐”고 야유하는 상대 팀 서포터스와 언쟁을 벌이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수원으로서도 안정환은 ‘계륵’ 같았다. 안정환 같은 수퍼스타가 인상을 구기며 벤치를 지키는 것은 차범근 감독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나날이 성장하는 신인과 재능 있는 공격수가 즐비해 안정환만 특별대우하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말 수원이 연봉 삭감을 통보하자 안정환은 미련 없이 짐을 꾸려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마케팅용으로는 쓸 만하지만 선수로는 내리막길’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안정환은 부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자만의 플레이에 빠져있던 지난날과 달리 그라운드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느라 목이 쉬고,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컵대회 인천전에서는 결승골도 뽑아냈다. 출전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황선홍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이 안정환 부활의 원동력이다.

안정환을 버린 수원도 잘나간다. 컵대회를 포함해 4승1무로 무패 행진이다. 서동현(23)·신영록(21)·조용태(22) 등 젊은 공격수들의 활약으로 안정환의 빈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안정환은 수원을 상대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6일에는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 2일 컵대회에서 울산을 2-1로 누르고 4연패에서 탈출한 전북 현대는 포항 스틸러스를 불러들여 정규리그 첫 승리를 노린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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