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두번째 訪美 안팎-美 요청따라 國賓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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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방문은 상당부분 미국의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역대 대통령의 방미(訪美)가 정권의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려는 우리측 요청으로 힘겹게 성사됐던 것과는 다른 형식이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내 보수층 표를흡수하기 위해 워싱턴 시내의 6.25참전 기념공원 제막식에 적극성을 보여왔고,金대통령에게 몇차례에 걸쳐 방미를 요청해왔다.
미국이 외국원수의 국빈방문을 줄이는 추세임에도 93년 11월때와 같이 국빈방문으로 결정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방미는 한국전 참전 기년공원 제막식을 계기로 이뤄졌지만 韓美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있을 예정이다.다만 유종하(柳宗夏)외교안보수석의 얘기처럼『남북관계에 대해 특별한 발표는 없을 것』인지도 모른다.물론 내막적인 의견조율은 오래전부터 준비돼왔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北-美간 합의사항의 이행문제와 관계개선속도조절문제 등도 논의된다.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원칙을 재확인한다는 것이 정부 발표지만 이는 남북대화의 진전없는 北-美간 급속한 관계개선은 곤란하다는 외교적 표현에 불과하 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남북평화협정 체결방안,즉 남북한이 당사자가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증하는「2+2」형식의 평화협정안에 대한 미국의 의사를 타진하고 유엔사의 폐지문제와 비무장지대 관할 문제등도 협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의 대좌는 이번이 네번째다.북한 핵문제를 놓고 여러차례의 통화도 있었다.정상회담 시간은 길지 않지만의전적인 얘기없이 바로 깊숙한 대화로 들어갈 수 있다.27일 하루는 온종일 클린턴대통령과 함께 보낸다.공식환 영식에 이어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기념공원 준공식과 국빈만찬으로 연결된다. 26일 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은 이승만(李承晩.54년).노태우(盧泰愚.89년)前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영어로 연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국에도 생중계되는 현실을 감안해 한국어로 하기로 했다.반세기에 걸친 韓美관계를 되돌아보고 미래지향적 관계설정을 강조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번 방미를 앞두고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일정 전체를 취소할 것도 검토했다.그러나 10월 유엔 방문때는 클린턴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기 힘든데다 11월 아태경제협의체(APEC)회의때도 장시간 얘기하기 어렵다는 판단때 문에 강행키로 했다.그러나 당초 귀국길에 하와이를 들러 태평앙 함대를 방문할 계획은 취소됐다.
비공식 수행원이 44명,기업인 38명으로 지난 3월 유럽 순방때의 60여명보다 줄었으며 수행취재기자도 1백40여명에서 50명으로 대폭 줄었다.金대통령의 고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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