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출신 우크라이나 총리 ‘부패와 전쟁’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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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우크라이나 율리야 티모셴코(47)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총리가 된 티모셴코는 취임 직후부터 로스우크르에네르고 등 2개 천연가스 중개 업체의 부패 의혹이 있는 경영진을 처벌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가스를 공급받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업체들과 짜고 가스 가격을 조작하면서 검은 돈을 챙긴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티모셴코는 또 이들과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담판을 벌여 수억 달러를 받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만연한 부패 주범으로 천연가스 중개 업체와 유력 사업가, 러시아 업체 등을 꼽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에 검은 코트를 입고 장검을 든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는 등 부패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며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사진). 특히 그는 과거에 사업을 하면서 ‘부패 노하우’를 경험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천연가스 중개업을 발판으로 110억 달러의 막대한 돈을 모았다. 그의 회사가 미국에서 돈세탁을 한 혐의로 재판 중인 바블로 라자렌코 전 총리에게 1억 달러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그가 부패척결이란 명분을 내세워 경쟁 업체들을 말살시키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티모셴코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한 사업가가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가스 중개 업체의 지분을 매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우크라이나 국민은 민주주의 혁명 이후 침체에 빠진 경제와 사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티모셴코 총리를 꼽는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공업도시인 드니프로페트롭스키 출신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트랙터 타이어를 쌓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녔다. 91년 옛 소련 붕괴 당시 가스 중개업에 손을 대면서 사업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뛰어난 미모에다 가스 공급을 맡은 러시아 가스프롬과 거래를 맺기 위해 미니 스커트를 입고 이 회사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등 ‘미인계’까지 동원해 유명해졌다.

그러다 2004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오렌지 혁명’을 주도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혁명이 성공한 뒤 총리가 됐지만, 유셴코와의 불화 끝에 6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후 와신상담 끝에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복귀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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